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육사들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6년 만에 새끼 오랑우탄이 태어났다.
에버랜드는 지난 6일 1981년생 암컷 오랑우탄 '복란'과 15년 연하인 1995년생 수컷 '폴리' 사이에서 새끼 오랑우탄이 태어났다고 29일 밝혔다. 오랑우탄 수명은 사람 수명의 절반 정도여서, '복란'은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반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2007년 유인원과 원숭이들을 모아 놓은 공간인 '몽키 밸리'를 개장하면서 '오랑우탄 짝짓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지만 '복란'과 '폴리'의 짝짓기는 당시로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수컷인 '폴리'가 암컷인 '복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당시 '복란'은 73㎏(키 130㎝), '폴리'는 57㎏(키 90㎝)이었다.
오랑우탄 담당인 강철원 사육사는 "오랑우탄 짝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이보다 체중"이라며 "오랑우탄의 짝짓기는 수컷이 암컷을 성폭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데, 수컷이 최소 70㎏은 돼야 암컷에게 다가가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짝짓기 때 8~12분간 힘을 소모하는 오랑우탄의 특성상 '폴리'가 '복란'에 비해 가볍고 왜소해, '폴리'가 '복란'을 두려워한 것이다.
사육사들은 '폴리' 살찌우기에 돌입했다. 동물성 단백질을 함유한 특별 사료와 치즈·우유·닭가슴살 등을 집중적으로 먹였다. 자신감 배양 훈련도 실시했다. 둘 사이에 '복란'의 다섯째 아들 '알리'(2003년생)를 함께 놀게 해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유도했다. 먹이도 함께 먹여 '복란'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도록 배려했다. 반대로 '복란'은 67㎏까지 감량시켰다.
시련도 있었다. 1년 3개월 후, '폴리'의 몸무게가 70㎏까지 늘어나 2008년 6월 둘은 첫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8월 유산했다. 날씨가 1년 중 가장 더울 무렵이었다. '복란'의 임신 유도를 위해 젖을 빨던 새끼를 떼놓았다가 임신 후 젖을 물렸더니, '복란'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둘은 유산의 아픔을 딛고 작년 10월 다시 임신에 성공했다. 8개월의 임신 기간 끝에 지난 6일 오후 4시50분 몸무게 1.8㎏, 키 32㎝의 새끼 오랑우탄이 태어났다. 수컷이었다.
새끼 오랑우탄은 현재 '복란'의 품에서 젖을 먹으며 자라고 있다. 담당 사육사를 제외하고 수의사조차 접근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강철원 사육사는 "6년 만의 오랑우탄 출생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육사들이 노력한 결과여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새끼 오랑우탄은 오는 7월 중순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름은 공모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