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당(中堂)에서 손님 맞을 때 고요하고 침착하니/ 영주에서 제일가는 가문임을 쉬이 알겠네./ 동서로 마주 앉아 인사하고 나자/ 어린아이가 우전차를 올리네."

조선 후기의 문신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지은 〈서 진사 댁을 방문하여〉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당시 사대부가에서는 손님을 맞이하여 인사를 나누고 차를 내오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범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차(茶) 문화'가 담겨 있는 다양한 옛글을 번역한 책이다. 1, 2권은 '조선 후기의 차 문화'를 다루고 있다. 1권은 시(詩), 2권은 차에 대한 산문이다.

1권에는 임수간에서 시작하여 정약용, 신위, 초의 선사, 김정희, 홍현주, 신기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44명의 차시(茶詩)를 수록했다. 2권에는 이익의 〈다식(茶食)〉, 이덕리의 〈기다(記茶)〉,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 29명의 차에 관한 글과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에서 뽑아낸 차에 관한 기록을 담았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는 우정의 선물로 술과 함께 차를 선물하곤 했다. 특히 다산 정약용은 차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다산은 강진에 귀양 사는 동안 승려 아암에게 차 보내주기를 청하는 편지에서 "고통이 많은 이 세상 중생을 제도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시를 베푸는 일이며, 이름난 산의 좋은 차를 몰래 보내주는 것이 가장 상서로운 일이라오. 모쪼록 목마르게 바라고 있음을 생각하고, 은혜 베풀기에 인색하지 말기를"이라고 적고 있다.

주고받은 편지나 일기, 여러 기록 등에서 차의 지배와 유통, 차 관련 다구(茶具), 차의 효용 등에 관한 다채로운 내용도 발견할 수 있다. 전 6권으로 간행될 이 기획물은 신라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문헌기록 자료를 모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