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입었던 스타킹, 속옷 팝니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광고 문구가 아니다. 최근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이처럼 여성이 입었던 속옷이나 스타킹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한 포털사이트에는 여성이 입었던 속옷, 스타킹을 판매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관련 카페가 수십여 개나 됐다. 이중에는 회원수가 1만 명이 넘는 카페도 있었다.
◆ 스타킹 판매 카페에 들어가보니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자 마자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여성의 다리 사진이 눈에 띄었다. 보통 이런 사진들은 '페티쉬 사진'이라 불린다. 페티시즘(fetishism)은 이성(異性)의 몸의 일부, 옷가지, 소지품 따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로 '성도착증'으로 분류되는 증상이다.
이 인터넷 카페에서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는 성적 쾌감을 주는 하나 도구였다. 전문 모델들의 다리 사진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몰래 찍은 여성의 다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을 본 회원들은 '흥분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회원은 수십개의 헌 스타킹 사진을 올려놓고 판매를 하기도 했다. 가격은 2~3만원 사이. 여성의 착용 기간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높았다. "일주일 입었다길래 5만원이나 주고 샀는데 비누 냄새가 났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회원의 글도 볼 수 있었다.
한편 이 카페에는 남성 회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성들이 직접 카페에 가입해 스타킹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예 '중고 속옷, 스타킹'이란 제목의 카페를 차리고 자신이 입던 스타킹, 속옷 등 판매하는 여성도 있었다. 이 포털 사이트에만 입던 속옷과 스타킹을 판매 사이트가 5개나 개설돼 있었다. 카페 운영자 A양은 자신이 입던 것이라며 속옷을 착용한 사진을 여러장 올리기도 했다.
◆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성도착증이 현실로 이어져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되기 시작한다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 회원들 가운데 일부는 여자 화장실이나 가정집 등지에서 스타킹이나 속옷을 몰래 가져온 사실을 무용담처럼 말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제천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자신이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보균자임을 알고도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충격을 던져줬다. 이 남성은 여성 속옷 절도 혐의로 충북 제천경찰서에 검거됐으며, 이 남성의 집에서는 자신과 10여명의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과 여성 속옷 100여 벌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일어난 안양시 초등생을 유괴 살해한 정성현도 평소 주민들의 속옷을 훔치는 등 성도착증 환자로 알려졌다. 또 올 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연쇄 살인범 강호순 역시 그의 집 옥상에 수십개의 여성 스타킹과 속옷 뭉치를 보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명동 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 조성완 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변태 성욕 성향을 갖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며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점차 발전해 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병원을 통한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