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이죠. 좌우 대칭에 앞뒤가 같은 균형미가 있고, 반드시 처음 시작한 부분으로 끝이 되돌아온다는 것도 얼마나 멋져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匠)인 김은영(67)씨에게 우리 전통 매듭의 매력을 물었더니 눈을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매듭은 중국이나 일본 매듭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생활 깊숙이 밀착돼 있어요. 나비매듭, 매미매듭, 잠자리매듭, 안경매듭…. 명칭만 봐도 알 수 있죠. 또 바짝 조이는 건 중국이나 일본 매듭에는 없는 우리 매듭만의 특징이에요."
김씨는 최근 《아름다운 우리 전통-매듭 만들기》(미진사)라는 책을 냈다. 매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35가지 종류의 매듭 맺는 과정을 컬러 사진·삽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남대문 시장에 가면 이상한 매듭을 파는 데가 많고, 인터넷에도 틀린 설명이 많아서 정확한 한국 매듭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매듭은 비단실을 염색하고 합사(合絲)해 끈을 짠 후 여러 형태로 맺어 복식이나 의식에 다는 장식을 말한다. 조선시대에 생활용구 등으로 두루 사용됐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멀어졌다. "조선시대에는 장신구에 매듭이 많이 사용됐어요. 도포 끈에서부터 갓끈, 부채 끈, 복주머니, 노리개, 주머니 매듭 등 쓰임새도 다양했고 색상도 가지각색이었죠.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그림 속 여인이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이 끈술로 된 삼천주(三千珠) 노리개거든요."
그는 "매듭으로 목걸이나 브로치, 반지 같은 장신구나 생활 소품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전통 매듭을 실생활에 접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한 김씨는 결혼 후인 1966년부터 전통 매듭에 뛰어들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인 김희진 선생의 첫 제자로, 1979년 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한 이래 국전, 인간문화재 공예전, 전승공예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미국 시애틀 동양예술박물관,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이탈리아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지난달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매듭》전에도 김씨의 작품 20점이 선보이고 있다.
김씨는 모더니즘 시인 김광균의 딸이자 일제시대 우리 문화재의 수호자였던 간송 전형필의 며느리이다. 서양화가이기도 한 전성우 보성고 이사장이 그의 남편이다. 아버지를 따라 문인들이 모이는 인사동에 드나들던 어린 시절, 골동품 상인들이 주던 노리개를 보고 '이런 걸 어떻게 사람 손으로 만들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이후 그를 매듭의 세계로 이끈 계기가 됐다.
김은영씨는 "매듭을 가르친 지 30년인데,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조금만 노력하면 곧잘 만들더라"며 "전통 매듭을 활용하면 우리 생활 전반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