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천황중심 사관과 침략주의 사관, 독선적 문화우월 사관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4월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첫 학술회의가 12일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 주최로 열렸다. 지유샤 교과서는 2001년과 2005년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냈던 일본 우파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내부분열로 후소샤와 결별하면서 새로 집필한 것. 그러나 '후소샤판의 표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후소샤의 역사왜곡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지유샤 교과서가 작년 1차 검정 신청 때 불합격한 것은 역사관과 관련된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소개했다. 지유샤가 신청한 교과서는 근대사에서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제목 아래 "일본은 조선의 개국 후 조선의 근대화를 원조했다"고 기술했다는 것이다.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지유샤판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조선의 근대화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재신청본은 제목을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으로, 본문은 "일본은 조선의 개국 후, 근대화를 시작한 조선에 대해 군제개혁을 원조했다"로 바꿨다. 연 연구위원은 최초 신청본은 역사왜곡이 매우 심했고, 재신청본도 식민지근대화론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남상구 연구위원은 "일본 문부과학성은 '근린제국(近隣諸國) 조항'을 고려해 검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 검증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가 현재 검정 방법을 수정하지 않는 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1982년 교과서 검정 때 '침략 전쟁'을 '진출'로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린 아시아 여러 나라와 관련된 근현대 역사를 기술하는 부분에서는 국제이해와 국제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서종진 연구위원은 "1923년 관동대지진과 관련, 후소샤판이 본문에 기술한 내용을 지유샤판은 각주로 옮기고, 조선인 학살에 일본군과 경찰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조선인의 피해를 축소시키고, 학살에 일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유샤 교과서의 역사왜곡도 심각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검정 신청에 나서는 2012년이다. 연 연구위원은 "새로 나올 교과서들은 현행본에 비해 보수·우익적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06년 개정된 교육기본법과 이에 따라 2008년 바뀐 신(新)학습지도요령이 애국심과 공공의 정신, 전통의 존중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