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는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비인간적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수백%에 달하는 고리(高利)로 서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다반사고,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를 유흥업소에 팔아 넘기거나 심지어 자살로 내모는 반인륜(人倫)적 행위까지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제주 서부경찰서에 입건된 임모(여·33)씨는 조직폭력배를 동원, 고리 사채를 갚지 못하는 가정주부를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시켰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임씨는 지난해 1월 초 가정주부 이모(34)씨에게 연이자 120% 조건으로 2500만원을 빌려준 뒤 3개월 동안 이자로 260만원을 받았다. 임씨는 이후 이씨가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자 막내 여동생(28)의 남자친구인 조직폭력배 정모(34)씨를 동원해 지난 1월과 3월 이씨를 제주시와 서귀포시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시키고 680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임씨 자매와 정씨는 지난해 8월 중순에는 “돈을 갚지 않으면 사창가에 팔아넘기고 조직폭력배를 시켜 죽여버리겠다”고 이씨를 협박, 이자 1500만원을 더한 3500만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과 각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채무자 3명을 협박해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로 한모(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씨는 지난 2006년 초 최모(여·51·호프집 운영)씨에게 연 120% 이율로 200만원을 빌려준 뒤 최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호프집 등으로 찾아가 수차례 협박, 최씨가 이듬해 5월 충남 공주시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자살 직전 남긴 유서에 “죽어도 사채업자를 용서할 수 없다. 줄지 않는 빚을 갚을 수 없고 살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한씨로부터 지난 2004년 11월 500만원을 빌린 김모(53·이용실 운영)씨도 2006년 2월 공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맸고, 황모(52·서점 운영)씨도 2005년 1월 한씨 등에게서 5000만원을 빌렸다가 같은해 9월 공주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에는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한다며 임신 5개월인 지적장애여성 김모(24)씨를 협박해 강제로 낙태 수술을 받도록 한 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게 한 최모(43)씨 등 2명이 충남 서천경찰서에 구속됐다.
김씨는 전기요금과 통신요금 등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자 지난해 7월 생활정보지에서 광고를 보고 최씨를 찾아가 350만원을 빌렸고, 최씨 등은 김씨 부부가 돈을 갚지 못하자 집으로 찾아가 10여 차례에 걸쳐 부부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불법사채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로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200만여명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추산했으며, 불법사채 피해자의 대부분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영세상인이나 여성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법사채로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도 대출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불법사채 단속인원을 크게 늘렸으며, 불법사채로 인한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