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인의 날, 결혼의 계절…. 꽃이 빠지면 허전한 5월이다. 하지만 꽃처럼 손쉽지만 큰 감동 주기 쉽지 않은 선물도 없다. 자체로 선물로 느껴지기보다는 선물이라는 메인 메뉴에 딸린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 강해서다.
"고정관념을 깨고 꽃을 선물하세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최상의 선물이 될 수 있어요." 지난달 29일 방한한 미국 출신 스타 플로리스트 제프 레섬(Leatham)은 꽃 선물이 주는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해선 '창의성(creativity)'을 담으라고 말했다. 레섬은 꽃 하나로 세계 패션계와 호텔계를 평정한 인물. 파격적인 꽃 장식으로 지난 4년간 유럽화훼협회 선정 최고의 플로리스트로 선정됐고, 파리 '포시즌 호텔 조지 Ⅴ'의 수석 플로리스트를 맡고 있다. 에바 롱고리아, 마돈나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단골손님. 한국과의 인연은 지난 2007년부터 서울신라호텔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몸값 비싼 그가 조선일보 독자를 위해 선물용 꽃 장식 노하우를 전수했다.레섬이 말하는 키워드는 '깔끔함(simple)'과 '세련됨(chic)'. 꽃다발, 웨딩 부케에도 적용되는 철칙이다. 이를 위한 제1원칙은 "한 가지 색깔로 통일하고 꽃을 세 가지 이상 섞지 마라"는 것.
"한국 꽃다발은 여러 색이 정신없이 섞인 인상이에요. 지나치느니 차라리 부족한 게 나아요. 여러 색깔 꽃이 섞여 있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무슨 꽃이 섞여 있나'만 보게 돼요. 한 가지 색으로 통일시키면 아름다움의 강도를 집중시킬 수 있죠."
여러 꽃을 섞을 땐 비율을 비슷하게 하는 게 좋다. 전형적인 한국 장미 꽃다발처럼 장미가 주를 이루고 안개꽃이 부수로 딸린 게 아니라, 3가지를 섞으면 각각 ⅓씩 섞는 식이다.
두 번째는 "서프라이즈(깜짝 감동)를 숨기라"는 것. "꽃을 그냥 드러내지 말고 단계를 둬 감동을 선사해 보세요." 레섬은 구체적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선물할 때 꽃다발 리본 끝에 펜을 단다거나, 성인이 된 자녀에게 엄마가 쓰던 브로치나 액세서리를 달아 의미 있게 주는 방법 등을 조언했다. 카네이션도 화분에 심은 뒤 꽃다발처럼 포장하면 열었을 때 또 한번의 감동을 줄 수 있다.
"분홍 리본을 탈피하고, 검정을 활용하라." 레섬이 말하는 다소 파격적인 세 번째 제안이다. 장례에나 쓰는 검은색을 꽃에 쓰라니.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검은색을 꽃에 쓰는 시도가 많이 이뤄진다"며 "분홍색 같은 유색 리본은 꽃 자체의 색을 살리지 못하는 반면 검정은 꽃을 돋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때 포장지나 철사는 금물. 장식은 최대한 절제한다. 레섬은 검정 박스를 종종 이용한다. "꽃잎을 깐 까만 상자에 꽃다발을 꽂아 넣어 선물해보세요. 상자에 넣음으로써 선물의 느낌이 더 강해지고 까만색이 고급스러움도 더해주거든요."
1 분홍 리본은 그만… 검정 리본·상자 활용하라
장례에 쓰는 검정을 꽃 장식에 쓰라고? 요즘 유럽과 미국에선 검정 꽃 장식이 세련됨의 상징이란다. 이왕이면 상자에 넣길. 선물의 느낌이 강해진다.
2 리본 끝에 깜짝선물 감동이 두 배로
선물을 꽃에 숨겨보자. 부모님과 선생님껜 펜, 성인이 된 자녀에겐 엄마가 쓰던 액세서리를 달아주는 것도 색다른 선물 방법.
3 한 가지 색깔로 통일하라
여러 색깔 꽃을 섞으면 '무슨 꽃이 들어 있나'부터 보게 된다. 한 색깔로 통일시켜 감동을 집중시킬 것. 꽃 종류는 3가지 이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