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외인구단'은 만화랑 얼마나 닮았을까? 이현세 작가의 인기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한번쯤 읽어본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대목이다. 까치와 엄지의 애틋한 사랑,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오혜성과 마동탁의 자존심 대결은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렸을까. 배우들도 부담이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당장 원작 만화와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송창수PD는 "대본작업을 하는 내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 특히 원작이 내포한 강렬한 감정이나 스포츠의 순간적 매력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982년에 나온 원작 만화의 캐릭터와 2009년 5월 2일 첫방송되는 드라마 속 배우들을 비교해보자.
탤런트 김민정(가운데)이 최근 열린 드라마 '2009 외인구단' 제작발표회에서 윤태영(오른쪽), 박성민과 이야기를 나누다 화통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권영한 기자>

▶오혜성→윤태영

엄지를 사랑하는 강속구 투수. 오혜성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까치 머리다. 윤태영도 까치 머리를 흉내내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선 '헤어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린스를 했다"는 동문서답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만화 까치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낸 건 '원조 터프가이' 최재성이었다. 1986년 이장호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에서 그는 섭씨 6000도에 이르는 초강렬 눈동자로 반항아 오혜성을 잘 표현했다. 최재성에 비하면 윤태영은 얌전한 버전의 까치다.

윤태영은 "공포의 외인구단 속 까치는 터프가이면서도, 엄지를 스토킹하고 사랑에 집착했다"며 "이번 드라마 속 까치는 굉장히 순화됐다"고 설명했다.

원작 속 까치는 우완정통파 투수. 오른쪽 어깨를 다친 뒤 왼손 타자로 전향한다는 설정은 드라마에서도 똑같다. 문제는 결말이다. 만화 마지막 편엔 까치가 마동탁의 타구를 눈에 맞고 장님이 된다. 제작사 측은 "원작의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엄지→김민정

오혜성을 사랑하는 야구 코치의 딸. 극중 엄지를 연기한 김민정은 "엄지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라며 "모든 여배우가 꿈꾸는 배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엄지는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다. 원작 속 엄지는 직업이 없지만 드라마에선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김민정은 "'2009 외인구단'의 엄지는 80년대 엄지처럼 수동적이고 정적인 인물이 아닌 동대문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결말 부분이 걱정되는 건 엄지도 마찬가지다. 만화에서 엄지는 장님이 된 까치를 보고 정신이 나간다. 비극적인 결말이다. 배우들도 아직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분위기. 김민정은 "마지막에 정신을 놓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동탁→박성민

중학 시절부터 '천재'라 불린 최고의 타자. 엄지와 야구를 놓고 오혜성과 경쟁한다.

박성민은 외모상 만화 캐릭터와 가장 닮았다. 안경을 쓴 모습도 그렇고, 냉정한 승부사의 기질을 풍기는 인상도 그렇다.

실제 박성민의 야구 실력은? 솔직히 본인도 이부분에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성민은 "원래 야구를 안 좋아했고 그래서 배역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고 말했다. 검도로 다져진 운동 신경 덕분에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고.

▶현지→송아영

까치를 짝사랑하는 엄지의 여동생. 원작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캐릭터가 바로 현지다. 현지는 원작에서도 까치를 짝사랑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제작사측은 "현지가 까치를 짝사랑하는 걸 드라마에선 역할을 좀 더 늘렸다"며 "만화 원작과 다른 에피소드를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밖의 인물들

외인구단은 개성 강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너클볼 투수 조상구(박정학), 1m56의 단신이지만 빠른 발을 가진 최경도(문영동), 거구의 4번타자겸 포수 백두산(임현성), 혼혈아 컴플렉스를 가진 장신 타자 하극상(이한솔), 외팔이 타자 최관(이정준) 등등. 이들은 모두 야구 주류사회에 들어가지 못한 실패자들이다. 송PD는 "우리 드라마는 단순한 '루저(loser)'의 성공기가 아니라 시련과 좌절을 겪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