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황민국 기자] 노장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고 했는가? 노장도 노장 나름이다. 사라지기는 커녕 펄펄 나는 노장도 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축구의 화두는 단연 세대교체다. 골수팬들도 선수단의 변화에 정신이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전 시티즌과 경남 FC 그리고 성남 일화 등이 대표적인 구단이다. 여기에 신인들을 중심으로 창단된 강원 FC까지 가세하면서 K리그는 더욱 젊어졌다.

물론 세대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젊어진 K리그는 더욱 활발해진 플레이로 축구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세대교체의 폐해도 있다. 노련미가 사라진 나머지 극적인 승부는 나오지 못한다. 위기에 처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에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는 인물들이 있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노장의 가치를 검증하고 있는 이들이다. 바로 지난 17일과 18일 노장의 가치를 입증한 김기동(37)과 최은성(38)이다. 여기에 현역시절 최고의 베테랑으로 불렸던 신태용(39) 감독이 밝히는 장수 비법을 비교했다.

▲ 실전파 김기동, "내 몸에게 물어봐"

김기동은 그야말로 K리그의 역사다. 한국 나이로 38살이 됐지만 여전히 미드필드는 그의 영역이다. 필드 플레이어로 그보다 많은 경기(447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없다. 그보다 한 살 어린 우성용이 424경기로 따라오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출전 횟수보다 돋보이는 것은 여전히 그가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선수라는 데 있다. 17일 전북전에서 전반 45분 김기동이 터트린 감각적인 오른발 프리킥이 이를 증명한다. 올 시즌 3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2골. 관리비법이 특별한 것일까.

김기동은 "내 몸에게 물어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남들이 하는 운동은 기본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운동을 한다. 모두 몸이 말해주는 것이다. 힘이 부족하다 싶으면 근력 운동, 체력이 달린다 싶으면 유산소 운동을 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실전파다.

▲ 성실파 최은성, "10시 이후에는 나를 찾지마"

K리그에서 최은성은 특별한 선수다. 대전의 창단 멤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3년간 한 팀에서만 402경기를 뛴 인물이기 때문이다. 골키퍼라는 포지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그보다 앞서 400경기를 뛴 인물도 김병지(477경기) 김기동 우성용 신태용(401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은성은 자신의 기록에 대해 여전히 겸손할 따름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분위기다.

그런 최은성이 밝히는 비법도 특별하기 보다는 평범하다. 다만 알면서도 따라 하기 힘들기에 더욱 존경스럽다. 최은성은 "10시 이후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쉰다"면서 "매일 꾸준한 운동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근력 관리가 핵심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근력 운동에 1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실파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 이론파 신태용, "자신의 몸은 자신이 관리하라"

노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 성남에서만 401경기에 출전해 우승, 득점왕, MVP 등 선수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누렸던 인물이다. 현역 시절 그 누구보다 철저한 몸 관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올 시즌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신태용 감독이 밝히는 자신의 비결은 철저한 몸 관리. 자신이 직접 구상한 그래프 이론에 따라 몸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래프 이론은 바로 일 년 내내 경기 일정에 맞춰 몸의 컨디션이 일정한 그래프를 그려야 한다는 것. 경기 전 어떤 방법으로 몸을 만들 것인가, 경기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쉴 것인가를 직접 고민하면서 구상했다.

여기에 휴식기에 대한 남다른 해석도 눈에 띄었다. 프로 선수라면 휴식기에 무작정 쉬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회복훈련을 병행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신태용 감독은 "이렇게 해야 프로는 살아남을 수 있다. 내가 400경기를 뛸 수 있었던 힘이다. 물론 쉽게 지키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최)은성이 같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K리그가 살아난다. 400경기가 아닌 500경기에도 도전하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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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성-김기동-신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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