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롯데장학재단이 함께 펼치는 '시골학교에 도서관을' 캠페인에 경기도 연천군 군남초등학교 김은정 사서교사가 사연을 보내왔다.
"우리 학교는 도서관 하나를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오전·오후로 나눠 씁니다. 그래서 수업 끝나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초등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지 못하고 텅 빈 교실과 운동장을 서성입니다. 아이들에게 책 읽을 공간을 주고 싶어요."
김은정 교사의 소원은 도서관 리모델링이었다. 그렇다고 고급 시설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김 교사는 "단지 교실 2.5칸 크기의 도서관을 둘로 나눠 초·중학생들이 따로 쓸 수 있게 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각지에서 날아온 사연들
민통선 부근에 위치한 군남초등학교는 경기도에 6곳 있는 초·중학 통합교의 하나다. 초·중 통합학교는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쳐 같은 시설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군남초등학교는 2001년부터 군남중학교와 통합해 운영돼 왔다.
이 학교의 도서관은 학교의 다른 모든 시설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시간을 정해 나눠 쓴다. 오전엔 주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을 쓰고, 오후에는 중학교가 도서관 활용 수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집과 학교의 거리가 먼 초등학생 142명은 모두 통학버스로 등·하교한다. 1~3학년생은 대개 오후 2시30분에 출발하는 통학버스를 타고, 이 버스가 한 바퀴 돌아온 뒤 4~6학년생은 오후 4시30분에 출발한다. 방과 후 학교를 마치고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30분까지 통학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시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 중학교 수업 때문에 오후에는 도서관에 드나들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은 운동장을 서성이거나 빈 교실에서 수다를 떤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게 제일 재미있다"는 6학년 김나연(12)양은 "오후마다 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어서 속상해요"라고 했다.
이 같은 군남초등학교 사연은 현재 '시골학교에 도서관을' 캠페인 사무국이 검토 중이며, 채택될 경우 도서관 리모델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학교뿐 아니라 현재까지 캠페인 홈페이지 (http://libraryup.chosun.com)에 접수된 사연은 총 85건에 달한다.
사연은 경남 통영이며 제주도 서귀포에서도 날아왔다. 강원도 농촌마을에서 보내온 노(老)교장 선생님의 사연도 있었고, 70년대 중동 건설붐 때 지어진 이란 테헤란 한국초등학교는 "27명의 재학생들에게 한국의 신간 도서를 보내달라"는 사연을 보내왔다.
충남 보령 앞바다 장고도(島)에 위치한 청룡초등학교 장고분교 교장선생님은 "육지와 거리가 멀어 아이들이 육지에 나가 책을 사오는 게 불가능하다"며 "섬 마을 아이들도 새 책을 읽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도서관 꾸며주기 1·2호 학교 탄생
지난 10일엔 도서관 꾸며주기 1호 학교로 선정된 전북 익산 함라초등학교에서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됐다. 39년 전 지어진 이 학교 도서관은 바닥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고 책장에는 못이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낡은 상태였다.
공사 인부들이 도서관 외벽을 허물어 공간을 넓히는 동안, 이 학교 5~6학년 학생 30여명은 선생님들을 도와 도서관 앞 복도에 놓여 있던 책들을 교실 쪽으로 날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책을 나르던 6학년 이우주양은 "책이 무겁지만 새 도서관이 생긴다니 너무 기대돼요"라며 활짝 웃었다.
2호 학교로 선정된 전북 완주 대덕초등학교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함라초와 대덕초의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는 이달 말쯤 완료돼 아담한 새 도서관이 탄생하게 된다. 캠페인 사무국은 이들 학교 도서관의 소장 도서들이 10~20년 된 낡은 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신간 도서도 각각 1000권, 700권씩 지원할 계획이다.
libraryup.chosun.com이 도서관을 만들어 드립니다
조선일보와 롯데장학재단(이사장 노신영)이 '시골학교에 도서관을' 캠페인을 통해 도서관이 없거나 시설이 낙후한 초·중학교에 새로 도서관을 만들어 드립니다. 매달 2~3곳꼴로 올 연말까지 30여개 학교를 선정, 도서관 리모델링을 지원해 드립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도서관을 선물하고 싶은 선생님들은 '시골학교에 도서관을' 홈페이지(http://libraryup.chosun.com)에서 신청해 주십시오. 문의는 (02)776-6723 캠페인 사무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