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B2면 "내 별명이 무균질…이젠 정치도 세상도 무균질로 바꾸고 싶다" 기사에서 '무균질'을 '균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무균질이란 '균이 없다'는 게 아니고 우유의 지방 덩어리를 부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 광주광역시 독자 이회순씨
A : '無均質'은 우유가공 용어, '無菌質'은 없는 말
독자님 지적이 맞습니다. '무균질'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로, 원래는 '무균질우유'처럼 유가공업체에서만 쓰는 말이었습니다. '무균질우유'는 말씀대로 '균이 없는 우유'란 뜻이 아니라, 균질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말합니다.
균질(均質)이란 소화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우유에 포함된 지방을 잘게 부수는 공정입니다. 이런 공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가 '무균질(無均質)우유'인데, 이렇게 하면 자연의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우유가공 공정상의 용어가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90년대 초 무균질우유를 상품화한 한 우유회사의 광고가 계기가 됐습니다. 박찬종 전 의원이 등장한 광고는 '세상에 깨끗한 것처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깨끗한 무균질 고급우유…'로 시작되는데, 광고문 어디에도 '세균이 없다'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은연중 무균질을 '無菌質'로 받아들이게 되었죠. 이로 인해 그 광고는 소비자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방송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쨌든 반복되는 광고로 사람들은 '청렴'의 의미를 강조할 때 '무균질'이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무균질 기업' '무균질 세상' 등이 그런 예죠. 그러나 이 말이 확산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 하면 우유의 균질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뜻으로 쓰려면 無均質이 아니라 非均質이라고 해야 조어법에 맞고, 이 잘못된 조어에 사람들의 오해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광고가 만들어낸 말이 無菌質이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 조태린 연구원은 "무균질이란 말은 '균이 없는 성질'이란 뜻으로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 신조어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