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0·단국대)이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다. 지난달 하순 서울의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 두 시간에 걸쳐 양쪽 어깨를 정밀 촬영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박태환은 원통 모양의 MRI 기계 속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박태환이 MRI를 찍은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본인이 직접 후원사인 SK 텔레콤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수영 챔피언 박태환이 정밀검사를 자청한 이유는 뭘까.
◆'감각 유지' 위한 필사적인 노력
박태환은 다섯살 때 천식을 고치려고 수영을 시작해 건강을 되찾았지만 뜻밖의 고통도 받았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무렵 운동량을 늘리면서 자주 탈진하고 장이 꼬이는 증세가 생겨 몇 차례 응급실을 찾았다. 또 유치원 때는 넘어져 왼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이 때문인지 박태환의 양팔은 성장에 약간 차이가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이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측정을 해 보면 같은 오른손잡이 수영 선수들과 비교해도 오른팔이 더 긴 편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팔을 휘두르는 스트로크에 미세한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 박태환은 좌우 어깨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2월 중순쯤엔 태릉 선수촌에서 수영을 하다 새롭게 '물 감(感)'을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부상 위험
박태환은 매일 전담팀 의무담당인 박철규씨로부터 물리치료를 받고, 필요할 때마다 별도의 치료를 받는다. 이런 몸 관리 덕에 최근 몇 년 동안 별다른 부상 없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상은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어깨와 팔을 많이 사용하는 자유형 선수이다 보니 어깨 근육이 뭉치거나 이상이 생기는 일은 다반사이다. 또 물의 저항을 받으며 반복적으로 팔을 돌리거나 접었다 펴는 동작을 많이 하는 수영 선수는 어깨 관절 주변의 힘줄과 뼈가 충돌하면서 통증이 생기는 '스위머스 숄더(swimmer's shoulder)' 질환을 갖고 있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관리 차원에서 미리 MRI 촬영을 요청했고,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박태환은 "약간이라도 어깨가 뻐근하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걱정된다"면서 "건강하다는 결과를 직접 보니까 마음이 놓이고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미국 전지훈련 떠나 다시 담금질
박태환의 신체기능은 지난 2월 말 경원대 스포츠건강관리 센터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로 확인됐다. 발목 근력 수치는 올 초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보다 5~7% 좋아져 대학 축구선수와 비슷하며, 어깨 근력은 프로야구 외야수보다 10~15%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서전트 점프는 일반적인 농구 선수 수준인 70㎝에 이른다.
박태환은 이달 중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USC 대학에서 데이브 살로 전 미국 대표팀 코치의 지도로 6주 동안 훈련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노민상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박상욱 전 상비군 대표팀 감독이 지도하는 클럽 선수들과 함께 물살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