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33)이 UFC에 진출했다. 추성훈은 오는 8월 초 데뷔전을 시작으로 UFC 미들급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주짓수 블랙벨트급의 UFC 파이터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섬세한 그라운드 기술을 익혀야 한다.(엠파이트 3월 5일 보도)
미국의 'UFC'나 일본의 '드림' 같은 종합 격투기에서는 상대의 관절을 꺾고 목을 조르는 무술의 기초가 브라질 유술(柔術) '주짓수'다. 주짓수는 1900년대 초 브라질로 건너간 유도(柔道)가 그레이시 가문(家門)에 의해 실전적으로 체계화된 것이다.
국내에는 90년대 후반 들어왔다. 흰 띠부터 검은 띠까지 가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 한국주짓수연합회에 따르면 주짓수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도장은 20여개 정도, 1000여명의 동호인이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이희성 주짓수 아카데미'에서 이 무술을 체험했다.
◆카마수트라를 보다
기자는 키 177㎝에 몸무게 70㎏, 해병대 919기다. 태권도 공인 1단이고 몇 번의 '스트리트(street) 파이트'에서 전승을 거뒀다. 도장에는 유도 도복을 입은 사내 둘이 뱀처럼 엉겨 있었다. 깔린 사내와 올라탄 사내, 인력(人力)과 인력(引力)이 맞서는 가운데 들리는 건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인도의 성애서(性愛書) '카마수트라'를 보듯 괴상망측한 자세가 연출됐다.
"주짓수에는 때리는 기술이 없어요. 상대를 제압하며 유리한 자세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게 목표입니다. 좋은 자세까지 가는 게 어렵지, 막상 그 자세가 되면 때리는 건 쉽거든요."
이희성(32) 관장은 "관절을 꺾는 기술이 많아 어떤 운동보다도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짓수에는 암(arm)바와 니(knee)바 같은 관절 꺾기와 각종 변형된 초크(목 조르기) 기술이 있다. 도복 자락을 이용해 목을 조르기도 하고 귀나 손가락을 압박해서 나오는 상대의 반응을 공격에 이용하기도 한다.
주짓수를 모르는 사람은 '개싸움'이나 '막싸움'으로 오해한다. 실제 주짓수 경기에서는 타격은 물론 비신사적인 조르기나 공격은 금지된다. 레슬링 선수들이나 할 법한 스트레칭이 목부터 발가락까지 30분간 이어졌다. 몸이 알아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상상 못할 고통… "으악!"
"왼쪽 허벅지를 상대 다리 사이에 끼우세요. 손으로는 오른쪽 도복 바짓단을 잡고 머리를 이렇게 넣어서···."
기술 강의가 시작됐다. 상대가 배 위에 올라탔을 때 자세를 180˚ 뒤집는 기술이다. 주짓수는 불리한 상황에서 자세를 뒤집는 게 기초다. 장강진(25)씨는 "때리는 걸 배우는 운동이 싫어 주짓수를 택했는데 기술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했다.
최규환(30) 사범이 "힘을 줘보라"며 기자를 배 위에 앉혔다. 무릎을 꿇은 채로 사범 허벅지에 올라탔다. 양손으로는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생각한 찰나, 도복 소맷자락이 사범의 손에 힘 없이 낚였다. 머리를 기자 배쪽으로 들이밀고 오더니 다리를 들어 올렸다.
몸이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안 넘어가려 버티다가 발가락에 쥐가 났다. 기자의 손은 어느새 상대 사타구니에 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암바'였다. 최 사범이 몸을 들어 올려 기자의 팔을 관절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뼛속 깊은 곳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 밀려왔다. "으악!"
지켜보던 최광선(33)씨는 "빛보다 빠른 탭(tab)만이 부상을 방지하는 길"이라며 웃었다. 주짓수에서는 부상을 당할 것 같거나 견디기 힘든 순간 항복의 표시로 바닥이나 상대 몸을 두드린다. 이를 탭 아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1년에 5차례 정도 전국 주짓수 대회가 열린다. 이 관장은 "150여명 정도가 대회에 참가한다"며 "기술은 예고 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최 사범의 두터운 허벅지가 쓸고 간 기자의 양 미간에 피멍울이 잡혔다.
◆"제니퍼! 살려줘"
대련(對鍊)시간. 기자의 상대는 키 172㎝ 몸무게 55㎏, 1년 경력의 미국 여성 제니퍼(27·학원 강사)였다. 관장이 나름대로 여성 상대자를 골라 배려해 준 것이었다. 막상 대련이 시작되자 여성과 격하게 부딪쳐야 한다는 부담이 밀려왔다. 도복 자락을 잡고 이끄는 데로 딸려 오는 것부터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힘이 기술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 상대가 발가락으로 기자의 도복 바짓단을 잡아채자 이내 무게 중심을 잃고 함께 쓰러져 버렸다. 제니퍼가 몸을 돌려 등 뒤에서 다리를 꼬아 기자를 압박했다. 양팔로는 목을 감싸 사정없이 들어올렸다. 온몸이 빨래 짜듯 쥐어짜지는 기분이었다.
초크 기술이 목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여성의 팔이지만 기자의 목덜미를 압박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내 시야가 흐려지는가 싶더니 혀를 빼물었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급하게 상대의 팔에 탭을 쳤다.
실제 경기에서는 기량과 체급에 따라 경기 시간이 5분에서 10분까지 나뉜다. 제니퍼와의 대련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연인들보다도 전투적으로 뒤엉킨 뒤 남은 것은 허탈감뿐이었다. "밤길이 무섭지 않겠다"는 기자의 말에 제니퍼는 "그래도 힘센 남성은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