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고 폭설을 맞으며 다정하게 손을 잡고 뛰어오는 부부가 등장한다. 신부의 이름은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이고 신랑의 이름은 존(오웬 윌슨)이다. 집으로 들어온 부부는 서로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제니가 말한다. "결혼식에 내린 폭설이 행복한 의미일까?" 왠지 이 부부의 생활은 결혼식 날부터 심상치가 않다.

영화 '말리와 나'는 존 그로건의 베스트샐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대세인 요즘 이 영화도 다른 영화와 같이 그저 소설이 원작인 영화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특별하다. 우리와 제일 친숙한 동물인 강아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기자 부부인 존과 제니. 제니는 존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부담감을 느낀 존은 친구의 조언을 듣고 제니에게 '말리'라는 강아지를 선물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물했던 강아지는 어느새 아이보다 더 부부를 힘들게 한다. 떨이 강아지로 사온 '말리'는 틈만 나면 사고치는 골치거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말리 덕분에 존은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되고 이들 부부에게 행복을 선사해준다. 그러나 제니가 세 명의 엄마가 되고부터 부부 생활이 엉망이 되고 만다.

이 영화에서 주목하여 볼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제니퍼 애니스톤의 화려한 변신이다. 한 가정의 아내와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제니퍼 애니스톤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항상 멋진 독신여성만을 연기해오던 애니스톤이 전업주부가 될 줄이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전업주부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연기하는 애니스톤이 정감있어 보였다. 두 번째는 바로 강아지 '말리'다. 동물을 이용하여 찍는 영화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이 영화의 대부분에 '말리'가 출연하기 때문에 촬영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말리와 나'를 촬영하기 위해 말리 역을 맡은 견공 배우가 총 22마리라고 하니 말 다 했다. 강아지 11마리와 성견 11마리. 결국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총 22마리 정도 출연했다는 셈이 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교훈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물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인 영화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닮은 영화이므로 공감대는 충분하다. 한 부부가 생활하며 겪는 난관과 고통. 그리고 동물의 소중함. 존은 영화의 후반부에 우리에게 이런 명대사를 던진다.

"강아지는 당신이 부자인지, 가난한지 똑똑한지 멍청한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당신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당신 곁엔 있나요?"

강아지는 조건 없이 우리에게 사랑을 준다. 자신이 받은 만큼만 돌려주려는 이기적인 사람들과는 다르다.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동말고 속 깊은 강아지가 주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말리와 나'는 추천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