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은 공부하는 요령이나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공부하는 방법을 흔히 '학습기술'이라고 부른다. 같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공부의 기술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학습법센터 서상훈(36) 강사는 "100명이 똑같은 시간 동안 모두 열심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1등부터 100등까지 서로 다른 점수가 나오는 이유는 시간과 노력 외에 더 중요한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공부의 핵심키워드는 이해와 암기"라고 말했다. '공부=(시간+노력)×(이해+암기)'라는 것이다.

◆암기의 힘은 반복의 힘. 반복은 주기가 생명

학생들은 누구나 시험공부를 위해 반복학습을 한다. 교과서와 노트 필기, 선생님의 말씀을 연상해 공부한다. 보통 공부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5~7번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학생은 2~3번 정도 반복하고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이제 암기된 것 같은데 또 해야 하나?"하는 유혹과 지루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국학습법센터 서상민(33) 강사는 "공부한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며 "시간에 따른 망각률을 따져보면 최단 시간 내에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흔히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혹은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며 복습한다. 이렇게 되면 수업시간 때 얻은 지식이나 이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내용을 '새롭게' 독학하게 된다.

암기카드를 설명하고 있는 서상훈(왼쪽)씨와 서상민씨.

서상민 강사는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해선 '5분 복습법'을 활용하라"며 "5분 복습은 수업이 끝난 직후 5분을 이용해 방금 배운 핵심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기억률을 높이고 다음에 복습할 때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암기의 기법들

공부한 내용을 암기할 때 무작정 외우기만 해서는 잘 기억되지 않는다.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암송하기, 중심개념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기, 쓰면서 외우기, 보조자료(도표·그림·삽화·스톱워치·학습카드) 활용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또 '조직화' 방법도 기억에 용이하다. 조직화란 무의미한 자료를 의미 있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묶는 것을 뜻한다. 부산대 교육학과 변영계 교수가 펴낸 '학습기술'에는 이런 예가 나온다. 무의미 숫자 1, 10, 7, 12, 22, 28, 20을 기억하려 할 때, 숫자 하나하나를 기계적으로 암기하려 들면 외우는 속도가 더디고 힘이 든다. 그러나 '10+12= 22', '1+7+20=28'로 조직화하면 머릿속에 떠올리기가 쉽다.

서상훈 강사는 암기카드 학습법을 추천한다. 그는 "일반적인 영어 암기카드는 카드 앞면에 외울 단어와 발음, 뜻을 같이 적는 식으로 작성한다"며 "그러나 단어와 뜻을 같은 면에 적으면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암기카드에 적힌 단어를 보고 암기했는지 못했는지 2초 이내에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암기한 것도 암기하고, 암기하지 못한 것도 암기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대신 카드 앞면에 외울 단어나 숙어, 문장을 적고 뒷면에 뜻을 적으면 훨씬 효율적인 공부가 된다. 그는 "꼬마들이 한글이나 한자, 영어를 배울 때 많이 쓰는 방식"이라며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월드클래스 공부법'으로 유명한 박승아씨도 이런 암기법을 택했다고 한다. 그녀는 국제 수능(IB)에서 만점을 받고 예일대에 합격한 재원이다. 그녀는 서점에서 'SAT 3500'이라는 어휘집을 산 뒤 문구점에서 암기카드 3500장을 샀다. 이틀 동안 손으로 하나씩 적으면서 암기카드를 만들었다. 3500장을 다 만들어 100장씩 35묶음으로 나눈 뒤 다섯 묶음을 한 세트로 총 일곱 세트를 만들었다. 1세트 중에서 1~100번까지의 카드를 손에 쥐고 외웠다. 3~5회 정도 눈으로 보고 소리를 내면서 암송했다. 두 번째는 1~100번 카드를 다시 외우고 101~200번까지의 카드를 외웠다. 총 200장을 외운 셈이다. 세 번째는 1~100번 카드와 101 ~200번 카드를 다시 외운 뒤 201~300번까지의 카드를 외우는 식으로 반복했다.

이렇게 3500장을 다 외운 뒤 500장 1세트를 손에 쥐고 카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암기한 것은 왼쪽, 암기하지 못한 것은 오른쪽으로 놓는 방식으로 구분했다.

서상훈씨는 "이런 식으로 박승아씨는 3500장의 카드를 다 외우는 데 28시간이 걸렸다. 물론 카드를 외우느라 날밤을 샜다"며 "이렇게 3일 동안 단어만 외워서 SAT 시험에서 1440점(1600점 만점)을 받았다"고 했다.

◆암기카드에는 무얼 적을까

카드학습법은 한글이나 영어, 한자 단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긴 문장이나 객관식, 단답형 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카드에 어떤 내용을 적느냐가 중요하다. 서상민 강사는 ①학습목표, 주제와 관련된 내용 ②선생님이 강의시간에 강조한 내용 ③기출 문제 ④책에 진한 글씨나 밑줄로 강조된 내용 ⑤이해하지 못한 것과 암기하지 못한 것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문제를 내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틀리게 할까'라는 관점에서 카드를 만들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