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사용하는 한자(漢字)의 영어 표기법이 중국과 같아진다. 지금까지 대만은 중국 대륙과 사용하는 한자도 다르고 발음기호를 영문으로 표기하는 방법도 달랐다.
대만 행정원은 앞으로 한 달 내에 대만 내에서 영어로 표기한 한자 발음표기를 중국이 사용하고 있는 '한어병음(漢語倂音)' 방식으로 모두 바꾸도록 지시했다고 대만영문신문(臺灣英文新聞) 등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대만행정원은 최근 회의에서 대만의 모든 행정기관이 한 달 안에 '행정지역 명칭 중영대조표(中英對照表)'를 완성하도록 했다. 이를 필두로 그 동안 대만 내에서 사용된 중국어 발음 영문 표기(통용병음·通用倂音)는 모두 대륙식으로 통일된다.
행정원 관계자는 "같은 한자음에 대한 양안의 다른 표기방식이 혼란을 초래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대륙과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륙과 대만의 병음은 절반 가까이가 서로 달랐다. 예컨대 '마오쩌둥(毛澤東)'의 경우 대륙에서는 'MaoZedong', 대만에서는 'MaoTsetung'으로 표기해왔다.
대만의 이번 결정은 타이베이(臺北) 시장 시절부터 유일하게 한어병음으로 공공시설의 명칭을 표기해 온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후 양안간의 정치·경제 교류를 강화한 데 이어 언어적으로 또 다른 '양안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만은 원래 한자의 영어표기 방법으로 1918년 장제스(蔣介石) 총통 주도 하에 '주음(注音)부호'를 제정해 사용하다 2000년 10월부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채택한 자체 표기법인 '통용병음'을 사용해 왔다. 이후 1986년 유엔에서 중국식의 한어병음을 공식 표기법으로 채택했는데도 대만만 그동안 자체 방식을 고집해 왔다.
양안 언론들은 "대만과 대륙의 병음 논의에서 '통일론'이 '독립론'을 눌렀다"면서 "앞으로 양안 관계 진전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문 표기법이 통일되면서 대륙과 대만 간 한자 글자체 통일 논의에도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이 1956년 문자개혁을 단행하고 한자의 모양을 간략한 모양으로 변형한 간체자(簡體字)로 통폐합한 후 대만이 사용하는 번체자(繁體字·원래 글자)와 간체자 중 어떤 것이 정통 한자인가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었다.
현재 간체자 사용 인구는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총 13억여명. 번체자는 한국·일본·대만·홍콩·마카오 등지에서 사용되며, 사용 인구는 2억여명이다. 유엔은 지난해 간체자로 중국어 표기를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