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분야에선 그들만의 용어가 사용되곤 한다. 월가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런 용어는 당시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십분 반영한다.
요즘 통용되고 있는 그들만의 용어는 무얼까. 바로 `decremental`이다. `(점진적인) 감소`라는 뜻의 `decrement`의 형용사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월가에서 나오고 있는 보고서에선 이 용어가 두루 쓰이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쓰인다. JP모간체이스의 스티븐 투사 애널리스트는 와츠 워터 테크놀러지스에 대한 보고서에서 올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북미와 유럽에서 약 20%의 마진 감소가 있을 것(a roughly 20% decremantal margin in North America and Europe)"이라고 썼다.
투사 애널리스트는 "2004년부터 보고서를 써왔지만, 이 용어를 쓴 적은 처음이다"라며 "만들어진 말 같은데, 적절하다. 요즘은 매 보고서마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decremental`은 증가, 이윤을 나타내는 `increment`의 형용사형인 `incremental`의 반대말. 그동안에도 월가 보고서에 두루 쓰였지만, 최근 들어선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표현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톰슨 원 어낼러틱스에 따르면 올들어 8주 동안 이 용어는 보고서에서 무려 531번이나 등장했다. 8주동안 쓰인 것만 해도 지난해 전체 쓰인 것과 같으며, 2007년에 비해선 배에 달한다.
WSJ은 `줄어드는 마진(decremental margin)`이라는 용어가 영업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줄어드는 마진율이 높은 기업은 점증하는 마진율(incremental income)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매출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새로운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고정비용이 늘어나지만, 매출이 줄어들 때엔 탄력적으로 생산과정을 줄여 비용을 감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용어는 매출이 줄어드는 속도가 비용 절감 속도에 비해 빠를 때 많이 쓰이게 된다. 대체로 경기 하강기 초기에 많이 쓰인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기업 가운데 실적을 내놓은 곳의 분기 누적 매출은 9% 가까이 줄어든 상황.
BB&T 캐피탈 마켓츠의 홀든 루이스 애널리스트는 "이 용어는 기업들이 이제 막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의 보고서에서도 종종 보인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레일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달 초 영국 쿡슨 그룹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불쾌한 단어이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데 따라 순익이 얼마나 줄어드는 지를 표현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최근 농기구업체 디어의 마진 감소율에 대해 지적한 골드만삭스의 테리 달링 애널리스트도 이 용어를 활용했다. 디어는 마진 감소율이 높은 곳 중 하나. 지난 분기 감소율은 36%에 달했다. 올들어 주가도 28% 하락했다.
달링 애널리스트는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고, 이 가격 인상이 마진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면 마진율이 더욱 더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모바일로 보는 실시간 해외지수ㆍ환율정보 <3993+show/nate/ez-i>
▶ 가장 빠른 글로벌 경제뉴스ㆍ금융정보 터미널, 이데일리 MARKETPOINT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데일리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