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가능한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실망하지 않는다. 손에 다 잡은 고기를 놓쳤을 때 땅을 친다.
승부차기에서 키커는 '꼭 넣어야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볼을 차기 전에 키커마다 습관이 있고, 긴장을 털어내기 위한 모종의 '행위'도 한다. 역으로 이런 것들이 골키퍼에게 방향을 설정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불과 수초만에 승패가 갈리는 페널티킥은 과학적으로는 키커가 더 유리하다. 11m 지점에서 키커가 찬 볼이 골라인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4초. 하지만 골키퍼가 볼의 방향을 감지하고 몸을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0.6초(반응시간 0.15초+동작발현시간 0.25초+이동시간 0.2초)다.
더구나 키커가 골대의 모서리로 볼을 차기라도 한다면 골키퍼는 너비 7m32, 높이 2m44의 공간을 모두 커버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결론적으로 순발력이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 할지라도 수치상으로는 전체 골문의 43.5% 정도만 겨우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적인 상황에서는 키커의 압박감이 훨씬 더 크다. 키커는 '성공하면 본전, 실패하면 역적'이 되고, 반대로 골키퍼는 '막으면 영웅, 못막아도 그만'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래서 페널티킥은 키커와 골키퍼의 5대5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