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아·태 핵심 전략기지인 괌을 사정권에 넣는 사정거리 3000㎞ 이상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2007년 실전 배치하고, 특수전 병력을 종전 1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23일 발간된 '2008 국방백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최근 2년간의 북한군 전력(戰力) 변화를 공개했다. 사정거리가 3000~4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형 중거리 미사일은 구소련의 SS-N-6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이동식 차량에 탑재돼 기동성이 뛰어나다.
북한은 이 미사일 10여기를 평안남도 양덕군과 함경북도 허천군 상남리 등 2개 지하 미사일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길이 12m, 폭 1.5m로 노동(길이 15m)미사일이나 대포동1호(길이 23m)미사일보다 짧지만 사정거리는 길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전 배치한 미사일 중 가장 사정거리가 긴 것은 일본까지 사정권에 넣는 노동미사일(사정거리 1300㎞)이었다.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는 물론 괌까지 사정권에 넣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로 북한의 미군 전략기지에 대한 유사시 타격 능력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북한은 이와 함께 사정거리 160km의 신형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KN-02도 실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서는 또 북한이 전방(前方) 군단에 경보병(특수부대) 사단을 추가 창설하고 전방 사단의 경보병 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增編), 특수전 병력을 6만여명 증가시켰으며, 야간·산악·시가전 훈련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최근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을 교훈 삼아 전쟁 발발 초기에 특수전 요원들을 신속하게 남한지역에 침투시켜 한·미 양국 군과 혼재(混在) 상태로 만들어 한·미가 압도적인 공군력 등으로 공격하기 힘들도록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지상군의 경우 15개 군단(각 3~4개 사단으로 구성)급 부대 가운데 2개 기계화군단을 2개 기계화사단으로, 1개 전차군단을 기갑사단으로, 1개 포병군단을 포병사단으로 각각 경량화하는 등 기습능력을 강화했다. 국방부 신원식 정책기획차장(준장)은 "한미 연합전력의 정밀무기 능력을 감안하고 한반도 지형상 대규모 기계화부대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세 차례에 걸친 재처리를 통해 40여㎏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플루토늄 40여㎏이면 핵무기 6~7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번 백서에선 2년 전 '2006 국방백서'에 들어 있던 '핵무기 1~2개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표현이 삭제됐다. 이는 핵실험에 따른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은 또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유류와 탄약 등 주요 전쟁 물자를 2~3개월 분량 비축하고 있는 등 전쟁 지속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백서는 밝혔다.
국방백서는 독도 영유권 수호 의지도 강력히 표현했다. 백서는 '우리 군은 서북 5개 도서와 마라도, 울릉도, 독도 등을 포함하는 동·서·남해안의 우리 영토를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독도 근해에서 실시한 '독도 방어훈련' 사진이 실렸고, 아시아 최대 상륙함인 독도함(1만4000t급)의 훈련 모습이 국방백서 표지에 게재됐다. 독도 방어훈련이 국방백서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