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에서 낮은 포복, 높은 포복 해가며 먼지 구덩이를 뒹굴다 휴식시간이 되면 조교는 "담배 1발 장전"을 외쳤다. 훈련병들은 일제히 "발사"라고 복창하며 담배를 빼물었다. 땀에 눅눅해져 연기도 잘 안 났지만 뻑뻑 소리 내 빨아댔다. 식기 닦는 시간도 아껴 훈련소 막사 뒤에서 허겁지겁 피는 '식후 연초' 한 모금에 세상이 뺑그르르 돌곤 했다. 지금 장년층 이상 세대 중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는 이들이 많다.

▶'화랑'은 창군 이듬해인 1949년 나왔다. 1981년 말까지 27억갑이 생산돼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여"라는 군가처럼 장병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흡연자·비흡연자 가리지 않고 보급품처럼 이틀에 한갑꼴로 나와 '담배 권하는 군대'를 부추기기도 했다. '화랑' 시대는 1982년부터 담배 대신 수당으로 주면서 끝났다. 2001년부터는 이틀에 250원꼴로 쳐 모든 사병 월급에 포함시켜 지급했다.

▶그래도 병영은 '담배 학습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2005년 복지부 조사만 봐도 담배를 배우는 시기가 군 입대 연령인 19~24세라는 응답이 56%로 가장 많았다. 군용 면세 담배를 PX에서 시중가 10%쯤인 한갑 250원에 사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 담배는 '은하수' '한산도'를 거쳐 1989년 '백자', 1990년 '솔', 1994년 '88라이트', 2001년 '디스'로 바뀌었다.

▶2005년 복지·노동·환경 등 5개 부처 사회관계장관회의는 53%에 이르는 성인 남자 흡연율을 30%까지 낮추려면 군대 흡연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한달에 살 수 있는 면세 담배 한도를 15갑에서 2006년 10갑, 작년 5갑으로 줄인 데 이어 올 1월부터는 아예 면세 담배를 없앴다. 담뱃값이 하루아침에 10배가 오른 셈이다. 이병 7만3500원, 병장 9만8000원 하는 월급으로 2500원짜리 담배를 29~39갑 사면 끝이다.

▶요즘 군에서 면세 담배 폐지에 맞춘 금연 프로그램이 한창이라고 한다. 공군 19전투비행단 항공의무대대는 3개월마다 평가해 금연에 성공한 장병에겐 하루 포상휴가를 준다. 해군 해양의료원에선 함정별로 니코틴 패치 같은 금연보조제를 주고 금연 강좌도 연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늘 조마조마하다. 군대가 담배 배우는 곳이 아니라 담배 끊는 곳으로 바뀌면 부모들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