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섬마을이 최근 고용유지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의 원조(元祖)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섬은 공직자의 월급을 낮게 유지하는 대신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늘려 인구를 유지하는 정책을 1960년부터 49년째 실시하고 있다.

규슈(九州)지역 오이타(大分)현의 섬마을 히메시마(姬島)촌. 인구 2400여명에 공공 업무를 담당하는 촌사무소 직원이 170명에 달한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가 14명, 20~59세 주민의 20%가 공무원인 히메시마는 전국 최고의 '공무원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급료는 전국 꼴찌에서 두 번째. 촌사무소 직원 초임은 14만엔(210만원)으로, 히메시마 전체 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인근 다른 마을의 73%에 불과하다.

히메시마의 '워크셰어링'은 1960년 당시 촌장이던 후지모토 구마오(藤本熊雄)씨가 일자리 감소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 인력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수를 늘리는 정책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양식장·진료소·보육소·청소센터 등 젊은이들이 종사할 수 있는 공공 업무를 크게 늘렸다.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인구가 급감하는 다른 섬마을과 달리 히메시마의 인구 감소폭은 미미했다. 덕분에 후지모토 촌장 집안이 2대에 걸쳐 50여년 동안 무투표로 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촌 단위 기초자치단체와 달리 의회도, 야당도 없는 것이 특징.

이 마을은 "관(官)에서 민(民)으로"를 주창하며 공공 부문을 줄여나간 '고이즈미 개혁' 당시 "관이 할 수 있는 것은 관이"라는 슬로건으로 중앙정부에 맞서 화제를 일으켰다. 다른 마을 공무원 수준으로 임금이 올라가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인근 4개 마을과의 행정구역 통합에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은 "촌 예산을 구성하는 세수(稅收) 가운데 촌 자체의 세수가 16.9%에 불과하다"며 언제까지 '내 식대로'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