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장성호가 이번 겨울 외다리 타법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지난 시즌 고민을 하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변화는 모험이다. 하지만 겨울이면 밥먹듯 이런 선택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장성호가 다리를 내리기로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폼을 갖고 고민하는 것은 투수보다는 타자쪽이 많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변화속의 선택. 그동안 변화를 애용(?)한 타자는 누가 있었고, 누가 재미를 봤을까. 그리고 그 이유는 뭘까.





장성호-이승엽, 외다리-두다리 '왔다갔다'
상체 움직임 문제 최희섭 자주 바꿔…심정수 기마자세→클로즈드 스탠스 효과

야구선수가 10년 넘게 유지해온 폼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 타격폼이 완성될 때까지 수십만번의 스윙을 했을 터. 새로운 폼에 적응하기 위해선 또 몇만번의 스윙을 더 해야 한다.

그렇게 쉽지 않은 시도를 굳이 하려는 것은 그만큼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몇 년에 한 번씩 대 수술을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매년 조금씩 바꿔가며 업그레이드 하는 선수들도 있다. 스타급 선수라 해도 끊임없이 폼을 바꾸는 선수들은 허다하다.

KIA 장성호는 최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외다리타법'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결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겨울만 되면 나오던 이야기다. 매년 겨울만 되면 아예 다리를 들고 기다리는 특유의 외다리타법을 버리고, 타격 순간만 살짝 들어올리는 보통의 폼으로 바꾸려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엔 외다리로 돌아갔다. 입단 2년차인 97년부터 다리를 들었으니 한 순간 내려놓기가 그만큼 힘들었을 법도 하다.

처음 시도한 것은 2005년 시즌이 끝난 뒤였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바꾸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 다리를 내리려는 것은 투구 타이밍이 빨라진 투수에 대처하기 힘들어졌고, 특히 왼손투수의 변화구에 약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요미우리 이승엽도 다리를 '들었다 놨다'한 케이스다. 삼성에 입단해 타자로 변신한 뒤 외다리 타법으로 홈런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단점이 드러나면서 높이 들었던 오른 다리를 2002년엔 내리기도 했고, 다시 외다리타법으로 돌아갔다가 2003년엔 다리를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 5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일본에서도 이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KIA 최희섭도 타격폼 수정의 단골 손님이다. 타격 준비 때 상체를 숙이고 있다가 칠 때 상체를 들어올리는 동작과 어퍼스윙이 항상 문제시되는 자세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상체를 움직이지 않게 세우고 레벨스윙으로 바꾸는 작업을 자주 시도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올시즌 최희섭은 또 다시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다. 이번엔 다리를 들어올리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때는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발을 올리지 않았으나 한국에서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황병일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 수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심정수(전 삼성)는 타격폼을 바꾸면서 홈런타자로 거듭난 케이스다. 94년 OB에 입단한 심정수는 외다리타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99년 당시 휴스턴의 강타자였던 제프 백웰과 같은 기마자세 폼으로 타격자세를 바꾼 뒤 서울 연고팀의 토종 선수 중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넘어서며 홈런타자로 거듭났다. 또 2002년 기마자세를 버리고 김용달 코치의 지도하에 무릎을 안쪽으로 모으는 클로즈드 스탠스로 바꾼 뒤 파워가 늘어났고 2003년 5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56개)과 홈런 대결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