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식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들과는 다른 유럽과 일본식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달콤한 맛의 커피보다 커피 고유의 향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미국 커피 프렌차이즈의 에스프레소는 증기 압력으로 커피를 뽑아내 원두 고유의 향이 약해지기 쉽다. 반면 '핸드드립' 커피는 손으로 천천히 물을 부어 만들어 원두 고유의 향이 살아난다.
◆커피콩에 따라 맛과 향 달라
눈이 내린 16일 오전 성남 분당구 서현동의 핸드드립 커피전문점 커피뷰티크 G(031-708-4288)를 찾았다. 은색 물주전자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바(Bar)엔 자메이카,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에서 온 커피콩들이 담긴 병이 쭉 진열돼 있었다.
바리스타 최은지(32)씨는 코스타리카산 '헬사 오가닉'을 권했다. 헬사 농장의 유기농 커피라는 뜻이다. 최씨는 커피 가루를 거름종이를 깐 유리 깔때기(드립퍼·dripper)에 담았다. 깔때기에 조심스럽게 물을 붓자 그 밑의 작은 유리 주전자(서버·server)엔 커피가 채워졌다. 초콜릿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한 모금을 입에 머금자 상큼한 맛이 났다. 마신 뒤엔 혀에 기분 좋은 쓴맛이 남으며 향이 맴돌았다. 이어서 마신 '온두라스 2007 COE(cup of excellence)' 커피에서는 연한 쑥 향기에 달콤함과 연한 쓴맛이 교차했다. 이 이름은 중남미의 커피생산국인 온두라스에서 2007년 생산한 최고의 커피라는 뜻이다.
커피는 와인처럼 커피원두가 생산되는 나라, 지역, 농장, 등급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르다. '콜롬비아 산추아리오 티피카'는 다크 초콜릿의 진하고 깊은 맛에 마신 후에도 오랫동안 기분 좋은 향이 남는다. '과테말라 산타클라라'는 끈적하고 부드러운 신맛을 특징으로 하며 강렬한 꽃향을 느낄 수 있다.
'에티오피아 모카 시다모'는 과일 향과 상쾌한 신맛이 어울어진 모카 고유의 맛이 특징이다. '브라질 몬테알레그레'는 달콤한 향과 감칠맛이 나며 자극이 없어 부담 없이 마시고 싶을 때 알맞다.
맛과 향은 커피콩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초록색 커피콩은 열에 따라 점점 검은색빛을 띠게 된다. 보통 연하게 할 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많이 볶을 수록 쓴맛이 강해진다. 바리스타 이경선(25)씨는 "커피 종류에 따라 강조해야 할 맛과 향이 다르다"며 "이에 맞춰 커피를 볶는 정도를 달리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붓는 물의 온도도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 88~94도의 물 온도를 유지한다. 물 온도가 높을수록 쓴맛이, 낮을수록 신맛이 나는 경향이 있다.
◆핸드드립 커피 직접 만들기
커피전문점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커피용품을 구입해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핸드드립 커피 용품은 전문매장인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가비양(031-766-0677)을 비롯해 대형마트,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살 수 있다.
핸드드립 커피 만드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먼저 커피를 내리는 유리컵인 서버(server) 위에 깔때기인 드립퍼(dripper)를 올린다. 이 드립퍼에 거름종이를 올린 후 갓 갈아낸 커피 가루를 넣는다. 커피 가루는 1인분에 8~12g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 다음 섭씨 88∼94도로 끓인 물을 주전자에 담아 가운데부터 달팽이 모양을 그리며 전체적으로 적셔준다. 가는 물줄기로 3∼4㎝ 높이에서 수직으로 붓는다. 물을 부을 때는 커피 가루 위에 물을 얹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해야 한다. 커피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25초 동안 뜸을 들인다.
다시 더운 물을 커피 가루 표면에 천천히 붓는다. 거름종이 안의 물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물을 붓는다. 이때 물이 직접 페이퍼에 닿지 않게 한다. 커피 가루 표면이 움푹 들어가고 추출액이 전부 떨어지기 전에 서버와 드립퍼를 분리한다. 마지막까지 추출하게 되면 좋지 않은 잡맛이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