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의 명칭은 대학동(大學洞)으로 바뀌었다. 고시촌이 밀집한 이곳은 '녹두집'이라는 술집이 유명해 '녹두거리'라 불렸다. 그런 이 거리를 수상한 전단지들이 뒤덮고 있다. '혼자 오셔도 여성 바텐더와 즐거운 대화' '오빠 혼자 놔두지 않을게요.'….
D바를 들어가봤다. 바는 테이블을 앞에 놓고 홀로 혹은 두서넛이 모여 앉아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 바텐더와 대화하는 남성들로 북적였다. 이 바를 '토킹 바(talking bar)'라 부른다.
한 토킹 바에 들어가보니 벽 찬장이 양주로 가득했다. 손님이 맡겨놓은 것들이다. 바의 사장은 "단골손님 중 고시생이 반, 직장인이 반"이라고 했다. 그는 "단골손님은 1주일에 두 번쯤 온다"고 했다.
토킹 바에서는 어떤 '토킹'들이 오갈까. M바 바텐더는 "고시생들은 공부나 시험 얘기 대신 연애, 헤어진 여자 얘기를 주로 합니다. 이곳 손님들은 모두 '오빠'라고 불립니다. 공부와 일에 지친 손님들은 바텐더가 여자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토킹 바에는 룰이 있다. 테이블을 경계로 오갈 수 있는 것은 술과 이야기뿐이다. 스킨십을 시도했다가는 제지를 받고 여성 바텐더가 손님 옆에 앉지도 않는다. '2차'도 허용되지 않으며 손님과 전화번호를 교환할 수는 있지만 손님을 밖에서 만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추근대는 손님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 바텐더는 "공부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손님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라 말했다. 강남의 토킹 바에서 일하다 3개월 전 이곳에 왔다는 바텐더도 "손님들과 이야기가 잘 돼 일하기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밥 한끼 먹자며 유혹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고 했다.
토킹 바들은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문을 연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은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와 새벽 3시 사이다. 녹두거리의 토킹 바는 5년 전부터 급증했다. 그후 토킹 바는 35곳으로 늘어났다.
인근 부동산은 "바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어 창업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인건비 외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주로 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삼십대 남성들이 창업을 문의해온다"고 했다. 토킹 바는 각종 고시의 1차 시험이 시작되는 2월에 불황을 겪다 3월이 되면 다시 손님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