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덕궁 주합루의 어수문 양쪽에 복원된 취병.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친환경 담’이다.

'살아있는 울타리' 취병(翠屛)이 100년 만에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서울 창덕궁 후원에 있는 주합루(옛 규장각)의 어수문 양쪽으로 가로 30m, 높이 150㎝, 폭 60㎝ 규모의 취병을 설치하는 복원공사를 끝냈다"고 밝혔다.

복원은 1820년대에 그려진 '동궐도'(국보 제249호)의 취병 모습과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의 취병 제작 기법을 토대로 이뤄졌다.

'푸른 병풍'을 뜻하는 취병은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해 만드는 울타리다. 대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작은 나무나 넝쿨식물을 올리는 '친환경 담'으로 창덕궁 후원 같은 궁궐, 상류층의 정원에 사용됐다.

자연과 건축의 어울림을 추구한 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이지만, 정성껏 관리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다. 이번 복원은 사라진 전통 조경을 복원했다는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취병은 시의 소재로도 쓰였다.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중 제4연 '취병'에는 '취병에 닙(잎) 퍼졌다'는 구절이 있다. 흔히 현대문으로 '푸른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에 나뭇잎들이 우거져 있다'로 해석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최근 발간된 연간지 '미술사와 시각문화' 7호를 통해 색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취병을 문자 그대로 '푸른 병풍바위'로 해석하는데, 시를 읽어보면 '취병(울타리)에 잎이 돋아나 푸르게 됐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문학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작품인 만큼 제대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