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쓰는 인터넷 논객이라며 체포한 네티즌은 외국 금융기관에 다닌 적이 없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30세 무직자로 조사됐다.
'미네르바'는 인터넷 공간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작년 7월부터 '미네르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유명해졌으나, 그동안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미네르바'로 지목돼 지난 7일 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된 박대성(30)씨는 혼자 경제학 서적을 보면서 독학을 했고, 서울의 H공업고등학교와 D공업전문대를 졸업했다. 전문대에서의 전공도 경제나 경영분야가 아닌 정보통신이었다.
박씨는 한때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에 근무했으며, 경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서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했고, 인터넷을 통해 외환·선물거래 등 국제 금융을 익혀왔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 5일 인터넷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에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의 착각을 유도할 만한 자신의 신원을 일부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30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 인수합병과 서브프라임 자산 설계에 발을 담갔으며 IMF외환위기 당시 조국의 경제위기를 외국에서 방관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박씨는 미국 석사학위는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 경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출국 기록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박씨의 신원에 대해서는 "50대이고 증권사에 다녔다"는 말도 나돌았다. 작년 11월 일부 언론은 정보 당국의 '소스'를 빌려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박씨가 신분을 속이고 학력과 경력 등을 과대 포장한 것에 대해 자기가 올리는 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검찰에서 그간 100여 편에 달하는 글을 자신이 직접 썼으며 누군가와의 공모 없이 혼자 글을 올렸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올린 글에 상당한 경제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고, 욕설이 섞여 있는 등 문체가 다른 글들이 있어 '제2의 미네르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의 글을 받아서 인터넷에 올려주는 배달부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다른 미네르바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일단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해 글을 올린 사실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게시물은 지난해 12월 29일 작성된 '대정부긴급 공문 발송'이라는 제목의 글로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외환 위기를 과장한 이 글이 인터넷에서 유포되자 기획재정부는 "미네르바의 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게시물이 명백한 허위 사실을 담은 것으로 보고 IP추적을 벌여왔으며, 7일 김씨의 집을 확인해서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게시물 외에도 박씨가 썼다고 주장하는 100여 편의 글을 모두 분석하면서, 추가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