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메시지로 당선을 통보받았다. 식구들에게 번갈아 들려줬다. 대낮에 벼락을 맞은 것 같다고 하면 좀 더 그럴듯하겠지만 이로써 갈 길이 더 멀어진 기분이다. 그것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재촉한다. 두근거리게 한다. 웅덩이에 발이 빠지면 통째로 달고 가는 수밖에. 내 발이 썩지 않고 견딘다면 섬 하나를 띄울 수 있을까.
이제 시는 나를 주시하고 교대로 돌며 내 행적을 감시할 것이다. 교묘히 숨는 대신 얼굴을 드러내고 두 손에 들린 연장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휘두르고 싶다. 꽃과 뿌리가 줄기만큼의 여백을 두듯, 나와 내 시도 끝내 일치하는 지점을 찾지 못하고 집요하게 거리를 두길 바란다. 부족하지만 시를 쓸 때만큼은 프로라는 자신감을 부여하겠다.
내 이름은 본명이다. 일의 자리 가운데 제일 높은 숫자라고 그런 이름을 달아주셨다. 많이 다르게 흘러왔지만 자잘한 기억 하나 놔줄 수가 없다. 깨물어서 아플 손가락은 전부 다 잘라버렸다. 그러니 내 고통의 빈도를 기록해둘 만한 서식이 달리 없다.
당선되고 사라진다면 그보다 더한 낭비는 없을 것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 작품을 선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나를 격려하는 분들께 더 나은 작품으로 답하는 것 말고는 이제 방법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인이 되는 생각을 한다. 벼락을 맞아도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한다.
▲1983년 인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