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17일 전격적으로 은퇴한 심정수(33)는 매우 특이한 선수다. 2004년 말 최대 4년 60억 원의 역대 최고액 '대박'을 터뜨린 것도 그의 남다른 이력과 연관이 깊다.

특히 '영어'에 대한 유별난 애착은 지금의 심정수를 만든 동력이다. 심정수가 프로생활을 하면서 가진 여러 개의 별명도 모두 영어와 함께 진화돼 왔다. 1994년 심정수가 OB(두산 전신)에 입단했을 때 얻은 별명은 '소년 장사'였다.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대포를 펑펑 쏘아대자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러나 이 별명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심정수는 1994년 시즌을 마친 뒤 미국 플로리다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50일 동안 미국선수들과 함께 뒹굴면서 그들의 훈련방식과 체력관리를 직접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영어의 필요성이었다.

귀국 뒤 심정수는 영어공부와 함께 미국 선수들의 훈련을 따라하게 되었다. 경기전후 매일 90분씩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당시만 해도 시즌 중엔 웨이트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추세였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 패스트푸드와 튀김음식을 멀리했다. 대신 단백질 섭취를 늘려 하루에 삶은 달걀 20개를 먹어 치웠다. 이때부터 붙은 별명이 '달걀 귀신'.

1997년을 전후해 심정수의 몸은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어난 상태에서 온몸이 근육으로 울퉁불퉁해 졌다. 1997년 5개에 불과했던 홈런이 1998년 19개, 1999년 31개로 비약적인 증가를 한 것도 그 만의 독특한 몸만들기 때문이었다.

심정수는 당시 OB에서 함께 뛰었던 타이론 우즈를 통해 미국 선수들의 체력증진 방법을 많이 배웠다. 이 역시 영어가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선수들은 간접적으로 우즈의 체력유지 비법을 전해들을 뿐이었지만 심정수는 경기 뒤 따로 우즈와 만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심정수의 괴력이 불을 뿜으면서 이름 앞에 붙은 별명이 '헤라클래스', '심장사' 였다. 이제 국내 선수들은 심정수의 웨이트트레이닝 방법과 식습관을 따라 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도 심정수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심정수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2004년 말 미국진출을 시도하면서 mlb.com과 인터뷰를 했다. 이때 mlb.com에서는 심정수가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했다는 사실을 알려 또 다른 화제가 됐다.

심정수는 은퇴 뒤 단순한 야구연수가 아닌 미국유학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TOEFL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야구팬들이 많다. 프로야구 선수가 TOEFL 시험을 보는 것도, 또 유학을 가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심정수의 영어에 대한 열정과 미국야구에 대한 호기심을 아는 사람이라면 넉넉히 수긍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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