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수는 '토종 거포', '헤라클레스'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만큼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강타자였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94년 OB에 입단한 심정수는 데뷔 첫 해 32경기에 나와 10안타 3홈런으로 출발은 미미했지만, 이듬해인 95년 홈런 21개를 때려내며 일약 홈런과 장타율 4위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정수는 98년 126경기에 개근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고, 99년에 3할3푼5리, 홈런 31개, 110타점으로 타격과 타점 5위에 오르며 파괴력과 정교함을 두루 갖춘 한국의 대표 타자로 성장했다. 두산 시절 타이론 우즈, 김동주와 더불어 공포의 '우-동-수 트리오'를 형성했으며, 2001년 시즌에 앞서 심재학과 트레이드돼 현대로 둥지를 옮겼다.
그해 6월 롯데 투수 강민영으로부터 몸쪽 체인지업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당하며 위기를 맞았던 심정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투사 투구 모양의 헬멧을 쓰고 곧바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며 강골임을 입증했다.
최고의 전성기는 2002년과 2003년. 2002년에는 46개, 2003년에는 53개의 홈런을 쳤음에도 당시 삼성 이승엽에게 각각 1개와 3개차로 뒤지며 2년 연속 홈런 2위에 머물렀다. 이승엽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난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었지만 대신 심정수는 2002년 생애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낀데 이어 2003년에는 장타율과 출루율 1위, 홈런과 타격, 타점 2위를 차지하며 팀의 우승에 1등공신이 되는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이를 바탕으로 심정수는 2004년 말 FA가 돼 삼성으로부터 4년간 최대 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아내 최고 타자임을 공인받았다. 이후 고질적인 어깨와 무릎 부상 등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2007년 홈런 31개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르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올시즌 초반 또 다시 메스를 대며 결국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입력 2008.12.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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