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천하' 주인공 강수연은 한 번 출연에 400만~500만원을 받았다. 2002년 KBS '장희빈'의 김혜수와 2003년 MBC '대장금'의 이영애는 600만원이었다. 그런데 2005년 SBS '프라하의 연인'에 나온 전도연의 회당 출연료는 1500만원으로 뛰었다. 2006년 MBC '여우야 뭐 하니'의 고현정은 2500만원, 2007년 KBS '못된 사랑'의 권상우는 5000만원이었다. 지금 방영 중인 MBC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은 7000만원이다.
▶드라마 주인공의 출연료가 갑자기 뛰어오른 계기는 2004년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해외에서 거둔 큰 성공이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외주 드라마 제작사들이 스타 마케팅을 노리며 앞다퉈 출연료를 올렸다. 어떤 스타의 출연료가 오르면 라이벌 스타의 출연료도 덩달아 오르는 '시소(seesaw) 효과'까지 가세했다.
▶주인공의 고액 출연료는 다른 부분의 부실을 낳을 수밖에 없다. 조연 배우들이 사라지고 조명·무대·분장·촬영이 엉성해지기 마련이다. 엄청난 부자가 큰 집에서 가정부나 운전기사도 없이 살고, 사극(史劇)의 전투 장면은 몇십 명이 등장하는 병정놀이 수준이 되고 만다. 비가 오는 장면에서 카메라 앞에만 비가 떨어지는 웃지 못할 일까지 빚어진다.
▶각 방송국의 드라마 PD들이 이런 파행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회당 출연료 상한선을 1500만원으로 하고, 제작비의 60%에 이르는 전체 배우 출연료를 40~50%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드라마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도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5일 외주 드라마 제작사들이 배우 박신양이 지나친 출연료를 요구했다며 무기한 출연 정지시키기로 했다. 박씨는 2007년 SBS '쩐의 전쟁' 추가편 출연료 등으로 약속한 회당 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얼마 전 제기했다. 반면 배우 권상우는 출연료를 회당 1500만원 이하로 받고 그 중 10%를 어려운 동료 연기자를 지원하는 데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배우 김해숙도 출연료를 30% 자진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탤런트 1670명 중 출연료로 생활하는 사람은 200명 남짓에 불과하다. 배우들이 공동체 정신으로 자발적인 논의를 통해 고액 출연료 문제를 해결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