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을 딴 도로가 생겨 월드컵 4강 때처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팬들에게도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2005년 6월 27일 세계 최고의 구단인 맨유에 입단한 후 금의환향한 박지성이 자신의 이름을 딴 도로 개통식에 참석해 밝힌 소감이다.
그러나 불과 3년여 만에 '박지성로'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도로 건립은 박지성 뜻과는 무관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직후 '박지성 신드롬'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그리고 손학규 당시 경기도지사가 박지성 집을 방문, 4강 신화를 기념하기 위해 고향인 수원 영통구 망포동에 박지성의 이름을 딴 도로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지성로'는 어느새 이전투구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동탄신도시 조성으로 막혀 있던 '박지성로'가 수원시에서 화성시 반송동 센트럴파크까지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화성시가 기득권을 주장하며 도로 이름에 이의를 제기했다. 수원시 구간(박지성로)은 1.3㎞에 불과하지만 화성시 구간은 3.4㎞로 더 길다는 것이다.
또 화성시는 정부의 도로명 주소 재정비 계획에 따라 2개 이상 시군구에 걸쳐 있는 도로는 명칭을 통일해야 하고, 생존인물의 이름을 딴 도로명은 각종 공적장부에 기재되는 주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는 근거를 내놓았다. 그래서 화성시는 동탄신도시에 조성된 센트럴파크 명칭을 따 '박지성로'를 '센트럴파크로'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수원시는 정부의 도로 재정비 계획이 그렇다면 '박지성로'에서 '박'을 삭제하고 '지성로'로로라도 변경해 존속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성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박지성을 기념해 국비와 도비, 시비를 투입해 조성된 의미있는 도로며, 주변에 '박지성 공원', '박지성숲'이 조성돼 있고 내년 말에는 '박지성 축구센터'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적 특성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수원시와 화성시는 지난 9월 경기도 주관으로 두 차례 협의를 벌였으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개 이상 시군구에 걸쳐 있는 도로의 명칭이 해당 자치단체간 협의를 통해 통일되지 않을 경우 시도 새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광역자치단체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한편,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대~한민국"을 노래하고 있는 박지성은 4일 오전 5시(한국시각) 칼링컵 8강전에서 7경기 연속 출전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