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포유류인 나무늘보의 자연번식이 지난 6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몸무게 500g, 키 15㎝의 크기로 태어난 나무늘보는 열흘 정도가 지난 현재 600g, 키 20㎝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나무늘보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섭씨 25도 이상의 습한 열대 기후에서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당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자연번식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에버랜드에선 나무늘보가 원래 살았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이를 극복했다. 사육사들은 나무늘보가 머무는 방의 온도를 연중 26도에서 30도로 유지했다. 또 나무늘보가 서식하는 아마존 열대 우림기후의 높은 습도를 맞추기 위해 에버랜드는 가습기를 틀어주고 바닥에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아울러 물이 담긴 그릇도 비치했다.

거의 움직임이 없는 나무늘보를 움직이게 해 짝을 만나게 하는 것도 사육사들의 고민이었다. 나무늘보는 야생에서 3일 동안 똑같은 자세를 유지할 만큼 거의 움직임이 없다. 에버랜드 최창순 수의사는 "야생에서도 나무늘보는 교미하는 게 귀찮아서 늙어 죽도록 독신으로 사는 녀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사육사들이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양규 사육사는 "일단 나무늘보가 야생에서보다 먹이를 많이 먹게 해 배변을 자주 보게 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육사들은 고구마, 당근, 바나나, 오이, 양배추 등 하루 평균 311칼로리의 먹이를 줘 배변 기간을 1주일에서 이틀로 줄였다. 야생에서 나무늘보는 하루 먹이 섭취량이 80칼로리에 불과해 배변도 1주일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게으른 나무늘보지만 새끼를 낳는 시간은 다른 동물보다 빨랐다. 6일 나무늘보는 진통을 시작한 지 40분 만에 새끼를 낳았다. 기린 2시간, 사자·호랑이 20시간, 불곰 24시간 등 다른 포유류의 분만시간을 비교했을 때 짧은 시간이다.

나무늘보는 두 발가락 나무늘보와 세 발가락 나무늘보로 나뉘는데, 털이 길고 거칠며 발가락에는 갈고리 발톱이 있는 게 특징이다. 동작이 매우 느리고 나무에 매달려 나뭇잎, 열매 따위를 따 먹는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이번에 태어난 새끼 나무늘보의 건강상태와 발육과정을 관찰한 후 오는 11월말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