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獸禽)의 생명이여, 품성은 각기 다르나 목숨은 같으니라. 아까운 생명이지만 의로운 죽음을 피하지 않음이니, 인류 복지와 동류금수(同類禽獸)의 보건을 위해 사람을 원망하지 말지어다…."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과학원의 중대(中大)동물실험동 뒤편 위령비 앞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다 죽은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慰靈祭)가 열렸다.
192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80년째를 맞는 행사다. '동물공양지비(動物供養之碑)'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위령비는 일제 때 과학자들이 만든 것으로 서울 도심에 있던 것을 1963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위령비 앞에는 토끼, 쥐, 원숭이 등의 실험동물이 좋아하는 사료와 과일로 제사상이 차려졌다. 60여명의 식약청 직원들은 그 제사상 앞에 흰 국화를 놓고 묵념을 했다.
국립독성과학원 실험동물자원과 김병국 연구관은 "연구원들이 실험동물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실험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게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걸 잊기 쉽다"며 "인간의 건강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 생명의 고귀함을 기리기 위해 이런 행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국립독성과학원·질병관리본부 등 세 기관은 1년 동안 평균 5만마리의 동물을 실험용으로 사용한다. 종(種)별로는 마우스(실험용 생쥐)와 랫드(마우스보다 4~5배 큰 쥐의 일종)가 전체 실험동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독성과학원 조명행 원장은 "도축장에서 나온 소의 각막을 사용한다든지, 동물에서 세포를 추출해 실험하는 등 살아 있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의약품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현재 개발 중"이라며 "가급적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숫자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