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중앙데파트여~

'콰쾅쾅 우르르!'

8일 오후 5시 19분.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5, 4, 3, 2, 1 발파!"하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발파 버튼을 누르는 순간 5색 연막탄이 피어올랐고 잠시 후 '중앙데파트'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어 자욱한 먼지가 구름처럼 뽀얗게 공중으로 피어오르며 인근을 뒤덮었다. 대전천 하상에 우뚝 선 채 34년간 대전시민과 함께 해온 중앙데파트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발파는 폭약으로 기둥을 폭파, 건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5분쯤 뒤 먼지가 걷히자, 그토록 당당하게 위압적으로 서 있던 중앙데파트는 시야에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콘크리트와 철근 잔재만이 참혹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중앙데파트의 폭파 해체 과정.

"생태복원·원도심 활성화의 출발"

'원도심 재창조 카운트다운(아듀! 중앙데파트)'이라는 이름의 공식 발파행사는 오후 4시부터 철거현장에서 300여m 떨어진 선화교(영교) 근처 하상주차장에서 열렸다. 대전시립무용단의 안전을 기원하는 살풀이춤을 시작으로 경과보고, 대전천의 추억과 비전을 제시한 영상물 상영, 축사, 시립합창단 공연, 발파식, 축하음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오늘 발파철거작업은 대전천의 환경과 생태를 살리고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장에는 박 시장을 비롯, 김남욱 시의회의장, 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시민의 큰 관심을 반영하듯 대전천 양측과 홍명상가 주변, 건물 옥상 등 곳곳에는 3만여명(경찰 추산)에 이르는 인파가 모여들어 발파 장면을 지켜봤다. 이 바람에 안전문제상 발파 시각이 당초보다 30분 이상 늦어졌다. 또 제대로 교통 통제가 안 돼 행사 후 주변이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시는 폭파에 따른 잔재물과 중앙데파트 앞 복개 구조물은 11월 초까지 중장비를 이용해 철거할 계획이다. 이 기간 중 대전천 하상 도로 일부 구간이 폐쇄되므로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대신 건너편 주차장(대전천 왼편)에 만든 임시 대체 도로로 우회해야 한다.

목척교 복원은 어떻게?

대전시가 중앙데파트를 철거한 목적은 대전천 생태 복원과 목척교 복원 두가지. 이 목적이 이뤄지려면 중앙로 건너 홍명상가도 철거돼야 한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같은 시기에 건립된 홍명상가(지상 5층, 연면적 1만7810㎡)의 내년 철거를 위해 입주자들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시가 구상 중인 목척교 복원 밑그림을 보면 자연친화적인 시민 친수 공간으로 조성하는 세가지 안을 마련해 놓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시는 2010년까지 목척교 주변을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홍명상가 철거공간은 은행동 으능정이 및 중앙시장 이용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문화 이벤트 광장으로, 중앙데파트 철거공간은 기존 복개 교각 일부를 존치해 역사공원 등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청춘 남녀가 맞선 보던 곳

1974년 대전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세워진 중앙데파트(지상 8층, 연면적 1만8351㎡)는 한동안 대전의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 위용은 대전시민에게 있어 서울역 앞 대우빌딩과도 같았다. 중앙데파트는 대전의 첫 대형 쇼핑센터 역할을 했고, 중앙데파트 내 중앙관광호텔은 한동안 대전 청춘 남녀의 맞선 장소로 애용돼 왔다.

대전시 관계자는 "앞으로 목척교 주변을 도심 속 명품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