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초 미국 하원이 구제금융법안을 부결 처리했다. 표결에 앞서서 양 당의 대표들이 합의한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밝혀진 셈이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하원 표결 문제가 처리되기도 전에 상원이 1일(현지시각) 구제금융법안을 표결에 붙이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상원이 처리하는 법안은 하원이 부결한 것과는 다른 것일까? 상원이 승인한다면 하원 표결은 어찌되는 것 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법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세금 외 사안엔 상원 先처리 가능

미국 의회에서 법안(bill)은 상원과 하원 양 당의 의원이라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

제출된 법안들은 일단 소속 상임위원회의 검토를 받게 되는데, 하원은 20개, 상원은 16개의 상임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더 구체적인 법적, 행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될때는 특별위원회로 보내지기도 한다.

법안을 받은 상임 혹은 특별위원회는 청문회(hearings) 등을 거쳐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해 검토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가 법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도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각 원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표결은 보통 상원이나 하원 중 어느 쪽에서 하던 관계없다. 다만 헌법상 세금(tax) 관련 법안의 입안은 `국민의 대표`인 하원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세금, 정부 예산 지출 등과 관련된 사항은 전통적으로 하원에서 먼저 표결한다.

그러나 세금 부과 이외의 금전 문제에 대해서는 규정이 엄격하지 않아, 상원에서 먼저 표결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상원에서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구제금융법안이 그 예다.

◇ 통과 법안이 두 개?..협의회서 `조율!`

상원은 하원이 부결한 안과는 다른 자체 법안을 만들어 표결에 부치게 된다. 물론 하원 표결을 의식해, 부결시 문제가 됐던 요소들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험 한도 상향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원이 새로운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공은 다시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원은 또 나름의 수정된 구제금융법안을 표결에 부친다. 상원에서 통과된 안을 참고하겠지만 보통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그러나 법안이 `법(law)`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양당에서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승인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 순서는 양 안에서 각각 승인한 법안의 내용을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한 특별위원회인 `양원협의회`가 소집된다.

보통 양원협의회에서 만들어내는 최종 법안은 각 원에서 승인시킨 법과는 모두 다른 `제3의 버전`인 경우가 많다. 이를 가리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오렌지랑 사과가 양원협의회에 들어가면 배가 되서 나온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단다.

◇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

양원협의회에서 도출된 새로운 법안에 양 안이 모두 동의할 때만 비로소 법안이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여기서 대통령은 또 선택권을 갖는다. 법안을 승인하거나 혹은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의회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다만 의원 3분의 2가 동의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만약 대통령이 찬성도 거부도 안하고 법안을 무시한다면, 헌법상 일요일을 제외하고 10일 후에 자동으로 `찬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그 사이 국회회기가 끝나버릴 경우 자동적으로 무산된다. 이로 인해 국회회기가 마무리될 쯤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귀찮은 일`을 하는 대신, 법안을 조용히 무시해 버리기도 하는데, 이를 `의안묵살(pocket veto)`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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