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여러 경제협력 사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부의 추정치가 18일 처음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정부는 경협 합의사항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소요 예산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계속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통일부가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14조3000여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는 올해 서울시 예산(19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로, 국민 한 사람이 32만원 정도씩을 부담해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처음 나온 정부 추정치
지난해 정상회담 직후 현대경제연구원은 2차 남북정상회담 이행 비용으로 113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제시했다. 이번 정부의 추산은 그보다 3조원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구 재경부가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의뢰한 결과, 최대 116조원이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14조3000여억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정부·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한 비용 3조5000억원의 4배를 넘는 금액이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 전면 이행을 약속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7월 북한이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 성명에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 지지' 문구를 넣으려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 관철시켰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남측이 10·4선언을 전면 수용해야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7월 "남북기본합의서와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합의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남북 협의가 이뤄져도 '14조원'이라는 액수에 대한 남측 여론의 동의 여부가 가장 큰 난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 10년간 3조5000억 지원
지난 정부에서는 대북 지원 총액을 집계하는 것 자체를 꺼렸다. 이번에 통일부는 같은 자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대북 지원 금액이 모두 3조5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때 1조5000억원, 노무현 정부 때 2조원 정도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비료와 식량 차관 등 인도적 지원(6153억원 정도)에 비해 민간 상거래 형식을 띤 지원(8억6532만 달러·8650여억원)이 훨씬 많았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의 포괄적인 대북사업권조로 북한에 송금한 4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 초기의 높은 금강산 관광 대가 4억70만달러(4000여억원) 등이 그 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민간 상거래 형식은 1억6516만달러(1600여억원)로 DJ 정부 때보다 적었지만, 비료 지원과 식량 차관 등 인도적 지원액이 1조421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