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과외 사이트 '이루미'를 만든 고교생 김창묵(18 왼쪽)군과 김민용(18)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과외를 못 받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이대로 가면 ‘교육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 같았다.”

18살 동갑내기 고등학생 두 명이 '교육 양극화' 해소에 발벗고 나섰다. 주인공들은 청심 국제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용과 김창묵군. 이들은 지난해 3월 무료 과외봉사 사이트 '이루미'(www.erumi.kr)를 만든 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과외 자원봉사에 나선 대학생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월셋방에서 살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지만 부모님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학원을 다닐 수 있었던 민용군은 이 과정에서 ‘교육 양극화’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에 들어와보니 그 동안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 양극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민용군은 주말 기간 마포 일대 동네 도서관을 돌며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쳤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책을 만드는 작업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친구인 창묵군에게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외 사이트’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부분의 과외 사이트는 소개료를 받고 과외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물론 과외도 유료였다. 무료 과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만들면 가난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돈을 아껴 쓰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았고 지난해 여름 100만원을 들여 사이트를 개설했다. ‘꿈을 이루자’는 뜻으로 이름을 ‘이루미’로 지었다.

‘과연 잘 될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기우(杞憂)였다. 약 1년 반의 기간 동안 98명의 대학생들이 무료 과외를 자청하고 나섰다. 500여명의 증·고등학교 학생들도 과외를 받기 위해 사이트를 찾았다. 지금도 하루 30~40명의 학생들이 사이트를 찾아 과외를 하려는 대학생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정보를 토대로 직접 전화를 걸어 과외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소개료도, 과외비도 모두 무료다.

창묵군은 “서울 4년대 대학에 재학 중인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학창 시절 과외를 받아보지 못해서 가난한 학생들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과외를 지원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과외 교사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락을 하다 보니 문제도 있었다. 창묵군은 “막상 지원할 때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가 과외를 하자마자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과외를 받기 위해 비싼 교재를 2권 샀는데 막상 교사가 연락을 끊어버려 눈물을 흘린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성공적으로 과외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무료 과외를 하고 있는 박성훈(27·연세대 대학원)씨는 “과외를 너무 받고 싶어서 학생이 연락을 해 온 만큼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 가정 형편상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학생인 만큼 스스로 공부할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지금 고1인데 내년까지는 본인이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창묵군은 “학생들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거나. 과외 교사들이 운영자인 저희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올 때마다 부쩍 힘이 난다” 며 “비록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용군은 “더 많은 과외 교사들이 이곳을 통해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미국의 대입시험인 SAT 시험을 치른 뒤 내년 미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을 세웠다. 민용군은 교육학을, 창묵군은 정치철학을 각각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민용군은 “한국에 돌아오면 학원을 경영하면서 돈을 번 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