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케냐 고로고초 마을의‘지라니 교육센터’에서 전세희, 서지 원, 전세원(왼쪽 세 번째부터)양이 은빛 도화지로 만든 왕관을 쓰고 현지 아 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 조백건 기자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북쪽으로 30㎞쯤 떨어진 '고로고초(Korogocho)' 마을. 고로고초는 케냐 현지어로 '쓰레기'라는 뜻이다. 마을 중앙의 언덕은 2~3m 높이의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있었고, 수천여 채의 녹슨 양철집들이 그 언덕을 빙 둘러 마을을 이루고 있다. 쓰레기를 소각(燒却)하면서 나온 연기 때문에 마을은 늘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지난달 22일 오전,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어귀로 들어서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몰려와 일제히 "잠보(현지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 "초콜릿" "캔디"를 외쳤다.

18명의 자원봉사자는 롯데홈쇼핑이 후원하고 굿네이버스가 주관한 가족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인 '미소가(美笑家)'에 참여한 여섯 가족들이다. 어린이 7명도 포함 돼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매일 2000여t씩 배출되는 쓰레기에서 비닐·종이·고철·유리 등을 주워 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열 살 안팎의 어린이들도 맨발로 쓰레기를 헤집고 다니며 깨진 유리병과 고철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을 자기 키만한 포대에 주워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고로고초 마을 어린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건물 개·보수작업과 찢어진 야외수업용 천막 수선, 보건소 건물 보수 작업을 했다. 처음엔 피부색이 다른 고로고초 마을 아이들을 보고 "냄새나" "무서워"라고 하던 한국 어린이들은 이틀째부터 서로 어울려 공기놀이도 가르쳐주고 서로 껴안고 사진도 찍었다.

부모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채원(여·10)양은 "처음엔 얼굴이 까매서 무서웠는데 자세히 보니 눈도 크고 속눈썹도 길어서 애들이 참 예뻐요"라고 했다.

굿네이버스 케냐 봉사단원인 김정훈(25)씨는 "이곳 주민들은 하루 종일 쓰레기를 주워 팔아도 케냐 돈으로 30실링(약 5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며 "그 돈으로는 나이로비 중심가에서 바나나 하나 살 돈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루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학교에서 주는 점심이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하루 중 '유일한 식사'라고 한다. 실제로 점심 배식 때 2학년인 빅토(victor·8)군은 빵 2개를 먹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으며 "집에 있는 엄마와 여동생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전세희(여·12)양은 "제 또래 여자아이가 갓난아기 동생을 등에 업고 쓰레기를 줍는 걸 보니 너무 불쌍했다"며 "앞으로 군것질 하는 돈을 모아서 여기 있는 아이들한테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