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대형 쇼핑몰 밀리오레는 9월부터 건물 전체를 고효율 전등인 LED(발광 다이오드)로 전면 교체한다. 이 쇼핑몰 안에는 상품 전시를 위해 약 8000개 가량의 조명이 설치돼 있다.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이 1억4000만원에 이르고, 여름철엔 조명에서 나오는 열(熱) 때문에 에어컨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전기요금이 한 달에 2억4000만원까지 치솟자 비상대책을 낸 것이다.
밀리오레 관계자는 "상품을 잘 보이게 하려고 하루 종일 전등을 켜놓는데, 발열(發熱) 작용으로 전등의 온도가 섭씨 300도까지 올라간다"며 "현재 조명 시스템은 8000여개의 난로를 틀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밀리오레는 이들 전등을 모두 교체하는 데 10억여원 안팎의 비용이 들지만 그 뒤로는 한 달 평균 5000만원 이상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어 2년이면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점등시간을 줄이는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소극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이보다 한발 앞서 건물 전체의 조명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꾸는 이른바 'Change the light(전등 바꿔 달기) 운동'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 '전기요금도 줄이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감축으로 향후 탄소 배출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기 먹는 하마', 저효율 전등 교체 바람
서울 한남동의 제일기획은 최근 본사 사옥 사무실 형광등 전체를 고효율 LED 조명으로 바꿔 달았다. 시공사인 삼성에버랜드측은 "전력 소비량이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전기요금 절감뿐 아니라 연간 130t의 CO₂ 감축효과를 냈다"고 했다.
지하철역사의 경우 서울과 대구, 부산지하철공사가 대규모 환승역을 중심으로 전등을 LED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지자체에서는 2006년 8월 경기 안양시가 호평 지하차도 부근 가로등 1300개를 고효율 가로등으로 바꾼 데 이어 과천시가 올해 초 정부종합청사 부근 중앙로에 설치된 가로등 250개의 조명을 교체했다.
제주도는 갈치잡이 어선들이 기존 메탈 집어등을 LED로 바꿀 경우 교체비용(1척당 2000만원)의 70%를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LED 집어등을 시험 운용한 결과 10t짜리 어선의 경우 경유 사용량을 한 달 평균 4000L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 박종학 사무관은 "앞으로 오징어잡이 어선의 집어등 교체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국내에 있는 채낚기 어선 7000여 척의 집어등을 LED로 교체할 경우 연간 경유 승용차 27만대의 유류소비에 해당하는 5억L의 경유를 절약해 약 108만t의 CO₂ 감축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요금 줄이고, CO₂ 잡고…일거양득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백열등은 전력 사용량의 5%, 형광등은 40% 정도가 빛으로 전환되지만 LED는 최대 90%까지 가능해 전기요금이 훨씬 싸게 먹힌다. 수명도 3000~7000시간인 기존 전구에 비해 LED는 5만~10만시간으로 7~30배 가량 더 길다.
이 때문에 LED 조명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회철 과장은 "LED 조명사업 분야가 앞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해 LED사업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대폭 느는 추세"라며 "(정부나 공단의) 지원 계획 등을 문의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매일 세 건 가량씩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시민단체 등의 전등 교체 지원운동도 가시화됐다. 서울 광진구의 '광진주민연대'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늘푸른가게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떼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전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꿔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모두 50 가정을 선정한 뒤 전기요금이 싸게 먹히는 고효율 전등(한 개 1만5000원)으로 교체해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관리공단은 LED로 교체시 관련 비용을 저리(低利)로 융자해주는 제도를 내년부터 형광등과 가로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공단 김회철 과장은 "고효율 전등으로 바꿀 경우 일정 금액을 일반 가정집에 지원하는 '이벤트' 식 행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제도화해서 상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