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년까지는 방학 때 맘껏 놀게 풀어줬는데, 6학년이 되니까 아무래도 학업 부담이 크네요.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 영어 학원에도 보내고, 영어책 읽기, 단어 암기 등 시간표에 맞춰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지친 기색을 보여요. 이러다 영어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A 중학교 영어는 초등 영어보다 수준이 확연히 심화됩니다.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적어도 한두 번 문법 정리를 마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부모님이 많습니다. 중학교 1~2학년 수준의 단어를 미리 익혀두는 경우도 많고요. 학부모님의 조급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선행학습 효과는 상황과 아이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영어 슬럼프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공부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 납득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어떻게 느끼게 할까요? '장보기' 방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수입음식 코너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장보기 리스트를 만들고 그에 해당하는 수입 음식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아보게 하세요. 아이는 패키지 그림과 사진, 내용물의 생김새, 상품명과 성분 설명 등 지식을 총동원해서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알고 있는 영어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 동기가 자극되지요. 같은 맥락에서 영어책 서점, 영어 마을 등 영어 체험 공간을 즐기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두 번째, 학습량에 치여 자신감을 잃지 않는지 살펴보세요. 학습 성과가 드러나지 않거나 과중한 학습량에 짓눌릴 경우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교재, 예전에 읽었던 책 등을 다시 꺼내 복습하는 기분으로 살펴보게 합니다.

세 번째, 공부 방식에 변화를 주세요. 비영어권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은 예외 없이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잠시 학원을 쉬게 하거나 진행하던 공부를 중단하는 등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공부를 쉬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학습 방법을 완전히 바꿔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령 집단수업 대신 1대1 교사에게 배우거나 학습지 대신 전화영어를 활용하는 식이지요. 원어민과 대면을 힘들어하는 내성적인 아이는 테이프를 듣고 녹음해보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책 읽기를 거부할 때는 오디오북(Audio Book) 등을 활용해 보세요.

성취욕을 자극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시험에서 만점 받으면 휴대폰을 사주겠다"와 같은 보상 기법으로 효과를 봤다고 증언하지요. 학교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무리라면, 직접 이벤트를 기획하면 되지요.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적정 단어 수를 정해놓고 암기한 후 만점을 받으면 상을 주는 식입니다. 일시적으로 '상'에 눈이 멀어 공부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