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지난 3월13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캐나다전.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21·한화)은 장염증세를 보이며 피홈런 1개 포함 1⅔이닝 3피안타 3실점으로 조기강판돼 패전투수가 됐다. 3실점 모두 수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이었지만 수비 실책도 바로 류현진이 저지른 것이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류현진의 국제대회 성적은 1승1패 방어율 6.23. 국내 최고투수 류현진이었지만 그만 국내용으로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류현진은 겉으로 감정을 표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항상 생글생글하고, 능글맞은 표정으로 야구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지난 5월31일 데뷔 후 처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에도 류현진은 “괜찮아요. 좀 쉬면 좋아질거예요”라며 웃었다. 그만큼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승부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에도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며 칼날을 가다듬고 있었다. 결코 두 번은 당하지 않는 것이 바로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올림픽 대표팀 합류 전, 그답지 않게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류현진은 “올림픽에서 정말 죽기 살기로 던질 것이다. 컨디션도 정말 좋다. 더 이상 국제대회에서 지면 안 된다.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이길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지난 15일 ‘난적’ 캐나다를 맞아 9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1-0 승리를 이끌며 완봉승을 작성했다. 한국야구 올림픽 첫 완봉승이 류현진의 어깨에서 나왔다.

이날 완봉승은 한국야구에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올림픽, 아시아선수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A급 국제대회에서 완봉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9회 완투는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 결정 일본전 구대성과 유이한 기록이다. 올림픽에서 완봉승은 모두 9차례가 있었는데 9회 완봉승은 6차례밖에 없었다. 특히 1-0 완봉승은 지난 2000년 시드니에서 쿠바 호세 콘트라레스가 예선 호주전에서 기록한 이후 올림픽 사상 2번째였다.

캐나다는 결코 쉬운 타선이 아니었다. 한국과 맞붙기 전까지 중국전에서 홈런 2방 포함 10득점하며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고, 쿠바를 맞아서도 홈런 3방 포함 6득점할 정도로 파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9회까지 무려 127개의 공을 뿌리며 캐나다의 예봉을 꺾고 부러뜨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였지만 볼끝이 위력적이었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제구되는 코너워크가 일품이었다. 체인지업·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효과적으로 써먹었다. 탈삼진 6개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변화구를 던져 잡아냈다.

이날 경기 백미는 9회말이었다.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마이클 사운더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후속 스캇 소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닉 웨글라즈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 1사 1·3루라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브렛 로우리를 우익수 플라이로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맷 로젤스테드를 볼넷으로 보내 2사 만루 최후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류현진은 혼신의 힘으로 라이언 라드마노비치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왼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9회 던진 공은 21개. 1회 23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힘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공에 혼을 담았다. 단호한 결의로 다진 각성이 올림픽 사상 첫 완봉승을 낳았다. 매니 라미레즈가 매니 라미레즈라면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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