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용인 갈곡초등학교 6학년 6반 교실. 이 학교 김종호 교사가 4개의 주요 리듬을 칠판에 음표로 그려 넣었다. 이 음표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김 교사가 입에 마이크를 대더니 입으로 드럼 소리를 흉내 내는 '비트박스'를 연주했다. 이어 김 교사는 "한 사람씩 나와서 리듬으로 대화 한 번 해보자"라고 말했다. 한태연(12)군이 손을 높이 들더니 "저요"하며 소리를 빽 질렀다. 김 교사가 4박자 리듬을 "풋 치 풋풋 치"라고 하자 태연군은 손뼉으로 "짝짝짝짝 짜악짜악"하고 응답했다. 김 교사는 노래 한 곡을 배우기 전에 그 노래에서 쓰이는 리듬을 '비트박스'로 가르치는 음악수업을 해오고 있다.
◆"풋치프 풋치프"
김 교사가 비트박스를 가르친 건 2005년 2월 어느 날이었다. 당시 김 교사는 음악시간에 4분의 3박자 '눈꽃송이', 4분의 4박자 '숲 속을 걸어요'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서 대부분인 4박자에 익숙한 아이들이 3박자의 '눈꽃송이' 노래 박자를 자꾸 틀렸다. 발 구르기와 손뼉으로 박자의 차이를 알려줬는데, 아이들이 리듬감을 잡지 못했다. 아이들은 옆에 아이와 툭툭치며 딴짓만 했다. 그때 김 교사는 "너네 비트박스 아니. 잘 들어"라고 말했다. 김 교사의 입에서 "풋치프 풋치프"하는 드럼 소리가 나오자 딴짓하던 아이들이 박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시 교사가 비트박스를 연주하고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이때부터 비트박스로 아이들에게 박자를 가르쳤다.
음악수업 외에 김 교사는 2004년 개발활동으로 '비트박스'부를 만들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트럼펫·드럼 등 악기 소리 흉내내기, 4·8·16 박자 익히기를 비롯해 고급과정으로 '비트박스' 창작하기 활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쳤다. 내년 2월엔 이 학교 강당과 강남대학교 앞에서 '비트박스'를 공연할 예정이다.
◆음악으로 신나는 교실
이 학교 이현자 교장은 "김 교사의 창의적인 교육으로 신나는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음악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김 교사는 '지구최강가'라는 반가를 직접 작사작곡했다. 같은 곡조에 "잘 먹는다 허영수" "춤 잘 추는 류현희" 학생의 특징과 이름을 붙인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다. 쉬는 시간 끝날 때엔 '전국노래자랑' 시작음악을 틀어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 음악에 따라 수업 준비를 한다.
또 아침 조회시간엔 김 교사는 '별이 진다네', '아이처럼' 등 서정적인 가요를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하나 둘씩 교탁 앞으로 나와 노래를 따라 부른다. 김 교사는 "늦은 저녁까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 오면 피곤해 하기 일쑤"라며,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요일 조회 시간에는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을 가져와 합주를 한다. 전자기타에 김재훈(12), 플룻에 유재현(12), 재즈기타 김현우(12), 하모니카 한태연(12)군, 전자오르간 이신영(12)양이 맡는다. 다른 학생들은 리코더, 단소 등 학교에서 쉽게 배우는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아이들은 '아이돌 스타'만큼 김 교사를 따른다. 반 아이들은 '종호샘 팬클럽'이라는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었다. 김푸른하늘(12)양이 "우리는 다 선생님 팬클럽 회원이에요"라고 말하자 이에 질세라 이신영양은 "제가 진짜 원조 팬이에요"라고 말했다.
◆각 행사에서 찬조공연 부탁 받아
김 교사는 2000년 경인교대에 입학해 '비트박스'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시절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백화점, 의류전문점, 각 대학축제에서 식권, 상품권 등을 받고 한달에 한번 정도 공연을 했다. 2004년 2월 대학 졸업후에는 본격적으로 멤버 4명으로 비트박스그룹을 결성해 홍대 클럽에서 비트박스 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주대, 인천교대, 인하대 등 대학축제에서 공연을 한다. 김 교사는 용인 지역에서 펼쳐지는 각종 행사에 찬조 출연하기도 한다. 지난 봄엔 용인 동막초등학교 도서관 개관식, 용인시 가족노래대회, 용인시교육청 경기도교육감과 학부모와의 대화, 용인 기흥구 강남마을 대축제 등 지역 행사에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