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음대 교수인 지휘자 함신익(50·사진)씨는 대학 졸업 후인 1984년 단돈 200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에 나섰다. 지휘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개척 교회 목사의 아들인 그는 부모님께 "보내주시기만 해주십시오. 미국 땅에 떨어지고 난 다음부터는 모든 걸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설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식당 웨이터와 냉동 트럭 운전기사, 지압사 등을 하면서 라이스 대학과 이스트만 음악 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계속했다. 1995년 예일대 교수가 된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예일대 오케스트라인 '예일 필하모니아'를 이끌고 내한했다. 오는 20일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을 일컫는 아이비리그(Ivy League)의 다른 학교와는 달리, 예일대는 미대와 음대, 연극 학교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줄리아드와 커티스 같은 전문 음악 학교보다도 폭넓게 생각할 수 있고, 인문학이나 과학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감성을 키우고 싶은 인재들이 모여들죠."
그가 음악 감독과 지휘자를 맡고 있는 '예일 필하모니아'는 예일대 음대 대학원 과정의 학생 150여 명으로 구성된 악단이다. 대학원생 중심의 오케스트라지만 '관현악 과정' 수업 시간만 1주에 8시간에 이른다. 그는 "학생들이 담당 교수들과 공부하는 시간보다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예일대 음대 대학원생들이 가장 오랜 시간 만나고 같이 공부하는 교수가 바로 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앙과 펜데레츠키, 말러와 브루크너까지 매년 정기 연주회만 9차례 갖는다.
그가 맡은 지휘 수업에는 중간 고사와 기말 고사가 따로 없다. 대신 한 학기에 두 차례 '함신익배 쟁탈 지휘 경연 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수강생 전원이 참가자이면서 동시에 심사위원으로, 가장 탁월하게 지휘한 학생과 가장 많이 발전한 사람을 우승자로 뽑는다. 함씨는 "우승자에게는 지휘봉과 함께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든 스파게티를 부상으로 준다"며 웃었다.
함 교수는 예일대 출신은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남들이 말하는 소위 일류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많은 음악학도들이 걸어온 예술 중학교나 예고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피아노를 배웠고, 고교 2학년 때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이른바 간판 때문에 젊은이들이 꿈을 접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간판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며 나에겐 아직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장선미)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 등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