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사회부 차장

회장님이 15일 열린 기업혁신 전략 간담회에서 불매운동과 관련해 하신 말씀을 듣고 한 자 적습니다. '검찰이 불매운동한 네티즌을 고소하라고 했지만 거절했다'는 말씀에 대해 관련 기사를 쓴 기자로서 여러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농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 것은 농심제품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 있는데 농심이 인정하지 않으니 사지 말자는 순수한 소비자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삼양라면은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아 이물질이 나오자마자 조선일보가'조지는 기사'를 썼으니 보호해야 하고, 농심은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고 있어서 이물질이 나와도 '조지는 기사'를 쓰지 않으니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식품업계는 일간지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삼양, 농심 두 기업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일보에는 제품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식생활과 관련된 것이라면 언론으로서 당연히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관점에서 삼양라면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삼양라면을, 농심라면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농심라면을 보도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인지 이런 사실에는 눈감아 버렸습니다. 이렇게 오도된 선입견과 맹목적인 흑백논리가 농심 불매운동이라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던 것이지요.

그 간담회에서 회장님은 '쓴소리를 듣고 (고소보다는)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하늘같은 소비자에게 맞서기보다 그들의 질타를 귀담아듣고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남을 공격하는 일부 집단을, 그것도 남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농심을 악용하는 행위까지'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할까요?

회장님,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2005년 4월 터진 '웬디스 칠리'사건입니다. 당시 한 여성 블랙슈머(악성 민원제기 소비자)는 남의 잘린 손가락을 칠리 음식에 넣고는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것처럼 속여 거액을 받아내려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웬디스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때 웬디스가 취한 조치가 뭔지 아십니까? 경찰에 이 사건을 정밀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목격자를 찾기 위해 10만달러의 현상금도 걸었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수사끝에 경찰은 이 여성이 남편의 동료로부터 사고로 잘린 손가락을 100달러에 사들였고 입막음용으로 2만5000달러를 더 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구속된 이 여성과 남편은 2006년 1월, 각각 징역 9년과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명예를 회복한 웬디스가 현재 세계 각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에는 고개를 조아려도 부당한 비난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런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일부 네티즌들이 무서워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들에게 끌려다닐수 있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나쁜 소비자'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아야'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되고 싶다'는 회장님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블랙슈머에게 무릎을 꿇어서는 국내에서조차 설 땅을 잃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