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LEET) '언어이해'의 한 핵심은 '독해력'이라는 것을 지난 연재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언어이해를 풀어가는 키워드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추론력'이다. 추론력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구성하는 능력이다. 가령 하늘이 흐리다는 사실을 보고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추론력이 발동한 예이다. 아침에 들은 일기 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에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추론력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사실에서 오만 가지 다양한 정보들을 뽑아낼 수 있으면 추론력이 출중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추론들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하늘이 흐리다고 해서 반드시 비가 오는 것은 아니고,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고 해서 그 추론이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정보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추론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언어'류의 시험(리트의 언어이해, PSAT의 언어이해, M/DEET의 언어추론. 수능시험의 언어영역 등)에서 수험생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문제다. 자신의 생각에는 제시문을 읽고 이 정도로 추론하면 맞을 것 같은데 어떤 때는 너무 지나치게 추론했다고 하고, 또 어떤 때는 추론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추론은 맞고 어떤 추론은 그르다는 정확한 기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준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쉽다. 한 마디로 말해 연역적인 추론이면 맞고 귀납적인 추론이면 틀리다. 가령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이 저 멀리서 차를 버리고 도망가는 운전자를 발견하고 재빨리 차에 가보니 술 냄새가 진동하고, 황급히 빠져 나간 흔적이 역력하다면 대개 음주운전을 한 경우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보면 이러한 정황이 지시하는 것은 음주운전을 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지, '반드시' 음주운전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개연적인, 즉 귀납적인 추론이 된다. 음주측정계를 사용해 측정한 혈중 알콜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것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확실하게 음주운전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필연적인, 연역적인 추론이 된다.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만, 이 기준을 몸에 익히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가령 어떤 친구가 '그 영화 재미있으니 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 친구는 그 영화를 봤다고 추론을 할 텐데, 연역적인 기준을 적용하자면 지금 상태로서는 이 친구가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른다는 것이 정확하다. TV의 소개 프로그램이나, 광고 등을 보고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언어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를 복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연습이며, 추론의 기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그러니 언어를 공부할 때는 다른 것보다 틀린 문제와 틀린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①번과 ③번 중 내가 ①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이 왜 정답이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그 비슷한 문제는 여지없이 틀릴 수밖에 없다. 생각의 구조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성적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만큼 한번 고쳐지면 또 쉽사리 바뀌지 않으니 한번 성적이 올라가면 계속 그 자리를 머물지 또 급하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이것이 사고력 시험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하겠다. 추론력을 연습하는 것은 추론의 사고과정을 몸에 익힌다는 뜻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