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일쇼크'라는 충격파가 전국을 뒤흔들고 가정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도 유류파동이란 "갑작스럽게 석유가격이 폭등하여 경제가 크게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진다. 물가상승과 환율상승과 같은 '오일쇼크'의 증상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차 오일쇼크 이후 28년 만에 오일쇼크가 한반도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실상은 그가 찾아온 것이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불러들인 꼴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촉발된 '진동'이 고유가 '지진'의 부메랑이 되어 온 나라 경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고 곳곳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참에 소비패턴을 확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면 위기는 진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대중교통 이용률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특히 유럽에는 소형차가 많이 다니고 도로의 차로 폭도 좁다. 건설이 능사가 아니고 운영을 최적화해야 할 때다. 수동에 비해 연료를 30% 이상 낭비하는 차량의 자동변속기 장착비율도 유럽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량화와 획일화에 너무 물들어 있다. 이제는 소량화와 다양성을 지향할 때가 됐다. 자동차 위주의 세상에서 탈피하여 도보와 자전거를 당당한 교통수단으로 승격시키고, 철도에 대폭 투자하여 수송 분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산유국이기에 기름 값 걱정 없이 도심을 폐허로 방치한 채 신도시 개발에 주력했던 미국도, 오일쇼크로 통근 거리가 부담이 됐는지 교외지역 주택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유럽은 2차 오일쇼크 때 이미 '도심 U턴'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파리를 기준으로 동심원을 그려 교외까지 8개 존으로 구분하는데 대중교통 요금이 멀리 갈수록 높아진다. 집값은 반대로 저렴해진다. 주택의 소비 패턴이 직장과 근접한 공간으로 변해 감에 따라 도심지가 다시 각광받는 외국의 모습은 아직도 '베드타운' 신도시에 열중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절약이 미덕'인 시대가 왔다. 하나에서 열까지 소비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빗물도 모으고, 난방을 태양열과 전기로 바꾸고,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는 내부구조를 개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통신료를 대폭 인하하여 불필요한 차량이동을 대체시키고, 직장이 대중교통요금을 직접 지원해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이 기회에 정부는 '차량 부제 운영'과 같은 하류 정책보다는 절약습관이 국민 몸에 배도록 하는 고단수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