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배재대학교가 개척한 새 학문 영역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올해 취업률이 100%이며, 전국에서 유사학과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 대전시 서구 도마동 배재대학교 우남관 강의실.

"교수님, 제가 아는 중국인 유학생이 '열이 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놨어요'라고 잘못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것도 모국어의 간섭으로 인한 오류입니까?"

박석준(朴晳焌·43) 교수는 바로 설명했다. "맞아요. 중국인 학습자가 흔히 범하는 잘못입니다. 중국에서는 '주사를 놓다' '주사를 맞다' 모두 '타침(打針)'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이 자주 범하는 오류입니다."

이 학과는 특이한 이름만큼 수업 풍경도 남다르다.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지 초등학생처럼 노트 검사를 받기도 한다. 평소 하는 말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들이 나중에 한국어를 가르칠 대상이 외국인이어서 말과 글이 '모범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재대 최정순(가운데 서 있는 이) 교수가‘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학생 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전재홍 기자

이 학과가 개설된 것은 불과 4년 전(2004년). 입시경쟁률과 신입생 성적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 처음 개설된 석·박사과정에는 60여명이나 몰렸다.

인기 비결은 취업이 잘되는 데다 전망이 밝기 때문. 올 2월 졸업한 18명은 배재대 부설 국내·외 한국어교육원 강사·교수 요원 등으로 모두 취직했다. 배재대 부설 한국어교육원은 수강생이 400여명으로 강사를 30명 이상 필요로 한다. 해외엔 최근 문을 연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배재한국어교육원'을 비롯, 중국·러시아·태국·몽골·알제리 등에 27개의 교육원이 만들어져 있다. 앞으로 100개로 확대한다는 것이 배재대의 계획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한다.

졸업하자마자 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 1기생으로 올 2월 졸업한 김지혜(여·金智慧·29)씨는 학사학위 소지자임에도 중국 산둥성 옌타이대학(烟台大學) 한국어학과 교수가 됐다. 중국과 영국에서 중문학·영문학을 공부한 재원이기도 하지만 한국어교육 전공자가 드물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 학과가 개설된 것은 정순훈(鄭淳勳) 총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우리 국력과 경제력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에 취직하거나 한국 유학을 오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는 이렇게 틈새시장을 파고들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주류시장에 편입됐다. 어느새 전국에 유사학과가 10개쯤 만들어졌다. 관련 학회인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회원은 4년전 몇십 명 수준에서 지금 100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를 많이 전파하는 것은 국력 신장의 밑거름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 졸업생들이 바로 한국어 세계화의 첨병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총장은 "유학생 유치나 한국어 보급은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많다"며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