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아름다운 '맥놀이' 현상으로 유명한 오대산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이 첨단방화시설이 완비된 장소로 옮겨 보존된다.
상원사는 에밀레 종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소리를 내는 동종을 화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1월초까지 새로운 종각을 짓기로 했다. 새로운 종각의 위치는, 상원사 앞 마당에서 10여m 떨어진 기단석축 부근이다.
새로 지어질 동종각은 화재가 발생하면 동종이 지하 수장고 물속으로 자동으로 들어가게 설계돼 있다. 고온의 불에도 종이 녹지 않는 첨단방화시설이다. 상원사는 기존 동종각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낙산사 동종처럼 고온에 녹아내리는 등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오대산 상원사 동종은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만들어졌으며 경주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일명 에밀레종)과 함께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완형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가운데 하나이다. 크기는 높이 167㎝, 입지름 91㎝이다. 상원사 동종의 국보적 가치는 여음인 '맥(脈)놀이' 현상이다. 국내 최고의 음질임이 과학적 분석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동종의 외형장식도 우리나라 종 가운데 전형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어 후대 종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전승돼왔다. 현존하는 한국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상원사 동종은 조선 예종 원년(1469)에 상원사로 옮겨졌다.
종 몸통에 있는 상대·하대, 네 곳에 있는 젖꼭지 모양의 유곽(乳廓) 문양은 모두 당초문을 바탕으로 2~4인의 작은 비천상이 있는 반원권문(半圓圈紋)이 새겨져 있다. 종 배부분인 종복(鍾腹)에 비천상과 교대로 있는 당좌(撞座)는 8엽(葉)의 단판연화문(單瓣蓮華紋)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비천상은 매우 경쾌하며, 구름 위에서 천의(天衣) 자락을 흩날리며 공후와 생(笙)을 연주하고 있다. 비천상은 볼록한 두 뺨, 유연한 신체에 걸친 천의 등은 8세기 전반의 이상적이고 사실풍의 불교조각 양식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상원사 동종에 보이는 음통, 안으로 오므라든 종신형, 상대·하대 네 곳에 있는 유곽의 구조적인 특징은 한국종의 전형으로 양식적인 변천과정을 거치면서 이후의 모든 종에 계승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