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선발을 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앞으로 UEFA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월드컵처럼 후보 선수 명단을 좀 더 늘려주길 바란다'.

설마설마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모스크바에 오면서부터 계속 공식 석상에서 했던 이 말이 박지성(27, 맨유)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퍼거슨 감독은 22일(한국시간) 새벽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 박지성 대신 오웬 하그리브스를 투입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가진 TV 인터뷰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그리브스의 몸상태가 최고조였다" 고 박지성을 제외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박지성은 이번 시즌 팀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 선발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 뒤늦게 박지성을 위로했다.

그럼 왜 하그리브스였을까? 퍼거슨 감독은 하그리브스의 활동성, 컨디션 그리고 멀티 플레이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에 비해 공격 침투 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하그리브스는 전반전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 박지성 못지 않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플로랑 말루다를 잘 막아내며 첼시의 공격력을 반감시켰다. 여기에 그의 멀티플레이어 능력이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그리브스가 후반 들어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면서 맨유는 전반 4-4-2에서 후반 4-3-3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 능력도 큰 경기에서는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퍼거슨 감독의 이같은 선택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전반은 성공적이었지만 하그리브스가 중앙으로 이동한 후반 이후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첼시에 골대에 맞는 슈팅을 두 차례나 허용하는 등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며 패할 뻔했다.

하그리브스의 선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문이 남는 것은 왜 박지성을 벤치멤버에도 올리지 않았느냐다. 물론 그 답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만이 알고 있다. 단지 추정해 볼 뿐이다.

퍼거슨 감독은 7명의 후보 선수들(쿠쉬착 안데르손 긱스 나니 오셰이 플레처 실베스트르)을 출전 엔트리에 넣었다. 이중 서브 골키퍼인 쿠쉬착을 빼면 6명이 남는다. 실베스트르는 수비 백업요원이다. 오셰이 역시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수비 성향의 선수다. 이들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히기 위한 자원들이다. 안데르손과 플레처가 중앙요원이다. 스콜스와 캐릭 중 한 명이 나가게 된다면 최소한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올려놓은 것.

이제 남은 자리는 2자리이다. 바로 긱스와 나니가 그들. 이들을 보면 퍼거슨 감독의 의중. 지고 있는 상황을 대비해 개인기와 공격력 그리고 마무리 능력이 있는 선수를 남겨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퍼거슨 감독은 이날 정통 공격수를 후보에 넣지 않았다. 공격수가 필요하다면 나니와 긱스 중 한 명을 투입하고 호나우두의 위치를 톱으로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결과론적이지만 퍼거슨 감독은 결승전에서 박지성의 성실함보다는 긱스의 경험과 나니의 천재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이 어떤 의중이었든간에 이래저래 아쉬운 것은 박지성의 출전을 기대했던 한국 팬들이었다. 많은 한국 팬들은 박지성의 결장이 알려진 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선발 출전은 아니더라도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이해가 가지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맨유가 승부차기끝에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한국 팬들에게 박지성이 없던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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