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지진 현장의 생존자들에게 '크러시 신드롬(Crush Syndrome· 압궤(壓潰)증후군)' 공포가 덮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크러시 신드롬'은 재난 현장에서 건물 잔해 등 무거운 물체에 깔린 탓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근육조직 세포 등이 파괴된 상태에서, 갑자기 무거운 물체가 제거됐을 때 발생한다. 파괴된 세포에서 흘러나온 칼륨이나 미오글로빈(myoglobin) 단백질 등 독성 물질이 급속히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칼륨 농도가 높아진 혈액이 심장으로 유입되면 부정맥으로, 단백질의 일종인 미오글로빈이 신장에 침착되면 급성 신부전으로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재난 현장 생존자 중 약 10%가 이 '크러시 신드롬'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WP는 전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동방넷 등 중국 인터넷 언론은 16일 "지진 발생 57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뒤 10분 만에 허망하게 숨진 판췐옌(10)양의 사인(死因)이 '크러시 신드롬'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쓰촨(四川)성 베이촨(北川)현 취산(曲山)초등학교 4학년생이던 환양은 건물 붕괴로 매몰됐다 지난 14일 밤 구조됐지만, 병원으로 옮기려던 중 숨졌다. 15일엔 대형 재난 현장에서 '크러시 신드롬' 대응을 돕는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신장학회(ISN) 소속 '신장 재난구조 태스크포스(RDRTF)'가 중국으로 날아갔다.
한편 신화통신은 "많은 지진 피해자가 의기소침, 분노, 죄책감, 불면증 등으로 고통을 겪는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며 "60%는 1년 내 완전히 회복되지만, 나머지는 계속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갖가지 심리적 장애를 앓는다"고 보도했다.